위기의 공수처, ‘김학의 기획사정 의혹’ 수사 나설까

입력 2021-04-04 17:5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특혜 조사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른바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을 직접 수사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공정성 논란 불식을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이첩받은 해당 사건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검사 선발 및 사건‧사무 규칙 제정 등 각종 과제가 산적한 점이 걸림돌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2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부장검사 후보자 추천을 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평검사 19명과 부장검사 4명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조직 안정화를 위해 속도감 있게 임명이 진행될 전망이다.

공수처는 특혜조사 논란, 기소권한 갈등으로 1호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위기에 몰렸다. 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한 게 논란의 발단이 됐다. 공수처는 검찰이 사건을 수사한 뒤 다시 송치하라고 요구했지만 검찰은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강력 반발했다. 공수처는 조직 구성이 되지 않았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이첩 이유로 들었었다. 하지만 규정상 허점이 있는 상황에서 사건을 이첩하고 기소권도 주장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공수처가 사건 수사 여부를 정하지도 않았는데 이 지검장을 조사한 것은 공정성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검찰에서 보안 등을 위해 사건 관계인을 방문‧서면 조사하거나 호송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기관장 관용차를 이용해 피의자를 에스코트하듯 면담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는 날 검사들 앞에서 팔짱을 낀 사진이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었다.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김진욱 공수처장이 형평성 논란을 유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주요 피의자 조사의 무게감 자체를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조만간 서울중앙지검이 이첩한 이규원 검사 사건의 직접 수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은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기획사정 의혹(이 검사 등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 사건) 두 갈래로 나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앞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가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윤갑근 전 고검장의 유착 정황이 확인됐다’고 발표한 배경을 수사 중이다.

공수처가 공정성 논란 불식을 위해 이 검사 사건을 직접 수사해 정면 돌파에 나서려 할 가능성도 있다. 수원지검이 아직 수사 중인 이 지검장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을 다시 이첩하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검찰과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공수처도 존재감을 보여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안 해도 될 이 지검장 조사를 하면서 스텝이 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