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가 미국 정치권 공방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미국프로야구(MLB)가 조지아주의 투표권 제한 움직임에 당초 조지아에서 열기로 했던 MLB 올스타전을 다른 지역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보수와 진보 양측 진영의 두 전직 대통령이 논란에 가세해 상반된 입장을 내면서 ‘선거법 개정’이 전국권 이슈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번 논란에 불을 붙인 건 MLB의 지난 2일(현지시간) 결정이었다. MLB 사무국은 성명을 통해 조지아 주도 애틀란타에서 오는 7월 13일 열기로 했던 올스타전과 신인 드래프트를 취소하고 새 개최지를 다시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무국은 “모든 투표 제한 행위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화당이 주정부와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조지아주는 지난달 25일 우편으로 부재자투표 시 신분 증명 강화, 부재자투표 신청 기한 단축 등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조지아는 본래 보수 진영의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소속으로는 28년 만에 이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애틀란타 등 대도시 지역의 흑인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법 개정에 대해 선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이 같은 배경 탓에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공화당의 본의를 의심하고 있다. 유색인종과 저소득층이 선거 당일 현장 투표보다 우편·부재자 투표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투표권을 제약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우편투표 과정에서 광범위한 ‘선거 사기’가 있었다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 성명을 통해 “MLB는 이미 엄청난 수의 팬을 잃고 있다”며 “그들은 급진좌파 민주당이 두려워 애틀란타에서 올스타전을 열지 않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수 지지자들을 향해 MLB 보이콧을 촉구했다.
반면 진보 진영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MLB가 모든 미국 시민의 투표권을 위한 입장을 낸 것을 축하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 50개주 중 47개주에서 조지아주와 유사한 투표권 제한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라 이번 논란은 조지아뿐 아니라 미국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