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유세 강행군을 벌이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박 후보 캠프 인사들이 최근 하는 말이 있다. “4월 들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20%포인트 안팎의 격차가 났던 기존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후보가 직접 만나고 있는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는 의미다.
박 후보는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샤이 진보가 몇 퍼센트까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있다”며 “유세 현장에서 ‘1번에 사전투표하고 왔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아주 조그맣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기존 여론조사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부활절 예배에 참석한 뒤 서울 노원구와 도봉구에서 거리 유세를 이어갔다. 이번 선거의 최대 악재인 부동산 이슈나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박 후보에게 직접 언급하면서 항의하는 경우는 보이지 않았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함께 한 도봉구 도깨비시장 유세에서도 상인들은 대부분 이 위원장과 주먹 인사를 하며 맞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강남과는 달리 이곳은 확실히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와 현장 분위기가 너무 달라 내부적으로 ‘의아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며 “지지층 결집으로 박빙의 승부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다른 인사도 “대선,총선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론조사 만큼 격차가 현장에서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박 후보는 지난 1일에도 서울 영등포구와 강서구의 전통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시장에서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52)씨는 박 후보가 인사를 건네자 “나는 뼛속까지 민주당”이라며 기호 1번을 뜻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 후보는 분위기를 묻는 국민일보 질문에 “제가 느끼기에도 이달 초부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여론조사에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확 튀어 오른다”고 말했다. 정권심판론을 의식한 듯 반성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박 후보는 “많이 화가 나신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부족했던 모습에 대해 더 낮은 자세로 두배로 제가 대신 잘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성난 민심도 목격됐다.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시장에서 이 위원장을 보고 “계란 어디갔냐. 아주 그냥 확 던져버리게”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박영선”을 연호하는 지지층 사이에서 “오세훈”을 외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김판 이현우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