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좌초로 한때 통행이 막혔던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사고 10여일 만에 완전히 정상화됐다. 운하 폐쇄로 발길이 묶여 인근 해역에 머물러 있던 선박 400여척이 모두 통과해 정체 상태가 풀리면서다.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관리청(SCA) 청장은 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에버기븐호 좌초 이후 수로에서 대기하던 모든 선박이 통항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버기븐호 좌초 이후 인근에서 운하 재개통을 기다리던 선박은 422척이었다. 이날 61척이 마지막으로 운하를 항행함으로써 에버기븐호 인양 이후 한동안 이어졌던 정체 상태가 모두 해소됐다. 61척 외에 에버기븐호 인양 이후 운하에 도착한 24척도 추가로 통항함으로써 이날 하루 동안 운하를 통과한 선박은 총 85척으로 집계됐다고 SCA는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 통항 도중 좌초하면서 400m 길이 선체가 물길을 완전히 틀어막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에즈 당국이 운하 양쪽 제방을 준설하고 예인선 여러 척이 선박을 밀고 당김으로써 엿새 만인 지난달 29일 인양에 간신히 성공했다. 하지만 운하 폐쇄로 인한 정체가 완전히 해소되려면 에버기븐호 인양 이후에도 추가로 수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 당국은 평상시 선박들에 시속 7.6~8.6노트(약 14~16㎞)로 통항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일 동안 운하를 지난 배들의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기록을 분석해보니 규정 속도보다 비교적 빠른 시속 8~10노트(약 15~18.5㎞)로 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40~50척 수준인 평상시 일일 통행량보다 1.5배 이상 많은 선박이 운하를 통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라비 청장은 성명에서 “SCA가 이처럼 많은 선박을 기록적인 시간 안에 통과토록 한 것은 새로운 성과”라면서 “SCA가 비상 상황과 위기 사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또다른 증거”라고 강조했다.
수에즈 운하가 정상화됨에 따라 사고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사 측은 사고 당시 강풍이 분 탓에 배가 통제력을 잃고 좌초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수에즈 당국은 선장의 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사 결과, 수에즈 당국 측 주장대로 사고 원인이 인재(人災)로 드러난다면 선사나 선주 측이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