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수 반복 않던 BTS…그 뒤엔 철저한 리허설 있었다

입력 2021-04-04 13:00 수정 2021-04-04 14:25
김상욱 PD는 2013년 6월 12일 방탄소년단의 데뷔 쇼케이스를 맡으면서 방탄소년단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4년 첫 콘서트 'BTS 2014 LIVE TRILOGY EPISODEⅡ : THE RED BULLET'에서부터 2019년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 SPEAK YOURSELF THE FINAL'까지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연출했다. 김 PD는 최근 방탄소년단과의 여정 등을 담은 책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를 펴냈다.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빌딩에서 만난 김 PD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김상욱(43) PD는 2010년 1월 31일 엠넷(Mnet)을 나온 후 이튿날인 2월 1일 자신의 회사를 세웠다. 사무실은 아침에 깬 방이었고, 같이 할 사람도 사업자 등록도 모두 ‘아직’이었지만 회사 이름을 만든 그날 회사를 만든 거나 마찬가지였다. 콘서트 전문 연출팀을 표방한 회사의 이름은 ‘PLAN A’. 그는 최근 펴낸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달)에서 회사 이름을 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썼다. “‘플랜 B로라도 어떻게든 넘어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대신 ‘최선의 그림인 플랜 A를 생각해내고 그것이 현장에서도 꼭 이루어질 수 있게 하자’라는 의미에서 PLAN A로 지었다.”

차츰 일거리를 늘려가던 김 PD는 2012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즈음 자신과 회사에 ‘최선의 그림’이 될 어느 신인그룹을 마주한다. 매니지먼트사 내부 행사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은 있었지만 멤버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채였다.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빌딩에서 만난 김 PD는 방탄소년단의 첫 인상에 대해 “그때는 각 잡힌 연습생이었다”고 돌이켰다. 2013년 6월 12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이들의 데뷔 쇼케이스를 맡았을 때만 해도 그는 알지 못했다. 그와 방탄소년단과의 인연이 6년 더 이어지고, 250석 소극장에서 출발한 이들이 웸블리 스타디움 6만 석을 채우는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오를지를.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에 실린 2012년 방탄소년단과의 첫 만남 순간을 표현한 삽화. 달 제공

김 PD는 당시 방탄소년단의 미래는 알기 어려웠지만, 이들이 특별함은 갖추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정식 콘서트라도 리허설이 4시간을 넘기 힘들지만 방탄소년단은 데뷔 쇼케이스 리허설을 7시간 했다. 콘서트에서도 리허설을 본 공연 못지않게 열심히 했다. 격렬한 안무의 댄스곡이 많아 체력 소모가 심하고, 하루걸러 한 번 공연을 이어가야 하는 스케줄에도 리허설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았다. “방탄소년단은 너무 리허설을 열심히 해서 신인 때부터 같은 실수를 반복한 적이 없어요. 어떤 팀은 첫 공연을 70점 맞고 이후 회차가 거듭될수록 80점 90점 98점 100점을 맞는데, 이들은 시작이 90점 그러곤 바로 98점 100점을 맞았던 거 같아요.”

PLAN A가 2014년 10월 방탄소년단 첫 콘서트를 만든 후 2019년 10월 월드투어 마지막 공연까지 김 PD는 공연장의 ‘FOH(Front of House·여러 파트 감독들과 컨트롤러 등이 모인 곳)’에 있었다. 2000석 규모의 서울 광장동 악스홀(현 YES24 라이브 홀)에서 시작한 첫 콘서트 이후 올림픽홀(3000석), 핸드볼경기장(4000석), 체조경기장(1만 석), 고척돔(2만 석), 잠실주경기장(5만 석)으로 무대는 지속적으로 커졌다. 방탄소년단도 공연과 함께 진화했다. 김 PD는 “핸드볼경기장에서 했던 ‘화양연화 ON STAGE’ 때부터 멤버들이 여유가 생기고, 무대에서 정말 잘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 전에는 약속한 걸 잘 해내는 느낌이었다면 그 이후엔 약속된 한계를 스스로 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에 실린 2015년 2월 'WAKE UP : OPEN YOUR EYES' 일본 공연 삽화 장면. 달 제공

거듭된 성공은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다. 주목도가 높아질수록 더 잘 해야 한다는 압박도 심해졌다. 커지는 공연 규모에 적응하는 것도 숙제였다. 같은 큰 무대여도 2만 석 고척돔과 5만 석 잠실주경기장은 차원이 다른 무대였다. 김 PD는 그 차이를 풋살과 축구에 비유했다. “5만 석 공연장이라고 하면 그 중 육안으로 아티스트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채 1만 명도 안 됩니다. 티켓을 산 나머지 4만 명을 함께 만족시켜야 하는데, 와이어를 활용하거나 압도적 불꽃놀이, 대형 스크린처럼 다채로우면서도 디테일하게 준비를 할 수밖에 없어요.”

방탄소년단과 함께 K팝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여정을 함께 한 김 PD가 생각하는 K팝의 성공 요인은 뭘까. 그는 “거의 모든 K팝 아이돌이 팬을 너무 사랑하고 있다고 팬들이 느낄 정도로 커뮤니케이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춤과 노래를 잘 뽑아내도록 트레이닝 해서 나오는 것에 더해 SNS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아티스트에 대한 독특한 세계관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팬들이 아티스트를 소비하는 방식도 다층적이라고 덧붙였다.

K팝의 성장에 따라 공연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도 적지 않다. 김 PD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팝 공연이 이전에 해외에 가면 현지 파트너가 B급, C급인 경우가 왕왕 있었다”며 “하지만 전 세계에서도 초특급 공연이랄 수 있는 스타디움 공연을 하니 현지 파트너들도 현지에서 제일 잘 하는 유명한 팀들이 파트너로 붙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중음악 공연계는 1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비대면 공연을 통해 일부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PLAN A도 ‘에이티즈’ 등의 비대면 공연에 다수 참여했다. 그럼에도 김 PD는 비대면 공연이 대면 공연을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 그는 “보는 관객의 입장과 만드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함께 생각해보고 제가 내린 결론은 온라인 공연은 결국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반 행사로 분류돼있는 대중음악공연이 뮤지컬, 연극 공연에 비해 엄격한 관객 입장 제한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게 아니라 차별대우는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에 실린 2019년 6월 방탄소년단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에서 멤버 '지민'의 공연 도중 무대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순간을 표현한 삽화. 달 제공

책 ‘케이팝…’은 김 PD가 콘서트 연출가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콘서트를 포함한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준비하기까지의 작업이 비교적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방탄소년단의 공연 여정을 따라가며 과거 공연에 대한 감흥을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공연 무대에 얽힌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책 내용을 별도로 정리한 삽화 역시 책의 재미를 더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