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강행, 제주도정 정당성 의심케 해”

입력 2021-04-04 12:19 수정 2021-04-04 15:58
천주교 제주교구 제5대 교구장이 된 문창우 비오 주교가 지난해 11월 22일 주교 착좌식을 앞두고 천주교 제주교구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의 제주 제2공항 강행 행보를 우려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환경에 대한 도민 인식과 가치가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단기적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의미를 두는 정책적 판단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주4·3희생자 추념식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속한 제2공항 추진을 요청한 것을 두고도 4·3희생자 애도 상황에 맞지 않는 언급이었다는 시각이 잇따른다.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 교구장(주교)은 4일 부활절 사목서한을 통해 제주 제2공항 사업 정상 추진을 건의한 제주도에 대해 “현 제주도정의 정당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고 비판했다.

문 주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의 현실을 바라보면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 자원의 보존 가치를 고려하는 장기적인 안목 없이 오직 단기적 경제성과 일자리 창출, 무분별하고 광범위한 개발에만 매몰돼 있다”며 “쓰레기 처리는 해결 방도를 찾지 못했고, 지하수의 고갈과 환경 오염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재앙이 될지 알지 못 한 채 불안한 미래를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절차적으로 정당하게 이뤄진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를 행정권자가 쉽게 무시해 버리는 모습은 현대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현 제주도정의 정당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고 했다.

문 주교의 이 같은 우려는 원 지사가 도민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정책적 판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공동 여론조사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제2공항 문제를 결정짓는 것으로 합의했다. 지난 2월 도민 여론조사에선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일자리 창출과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할 때 여론조사 결과를 이유로 제2공항 건설사업을 무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난달 강행 입장을 공식화했다.

원 지사는 3일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속한 제2공항 추진을 요청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당초 추념식장에서 문 대통령에게 건의문까지 직접 전달할 계획이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관련 부서가 청와대에 발송하는 것으로 일단락했다.

이날 원 지사의 2공항 언급 행보에 대해 야권에서도 우려의 시각을 제기했다. 추념식 현장을 찾은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원내 대표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이 제주도의 현안인 점은 알고 있지만 제주4·3 희생자 추념식 현장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주 대표의 답변은 기자들이 제2공항 추진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물은 데 대해 직답을 피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원 지사의 이날 발언이 그만큼 부적절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추념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 사회가 기후 위기에 맞서 생태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데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이에 반하는 것”이라며 “토건주의와 결합된 기득권 이익 동맹 체제에 벗어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