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에서 근무 중인 A과장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휴일에 과자를 먹고 있는 둘째 딸의 과자를 한 줌 집어 먹었다가 봉변(?)을 당했다. 둘째 딸이 비뚤배뚤한 글씨체로 종이를 활용해 현수막 비슷한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두 손 높이 들고 “아빠는 물러가라 물러가라”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과자를 빼앗겼다는 인식에 시위 현장에서나 등장할 법한 구호가 등장했다. 올해 만 4세인 둘째 딸의 행동인 만큼 웃어넘길 만한 일이다. 다만 A과장은 “‘대체 어디서 이런 말을 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남았다”고 말했다.
A과장의 의문은 어린이집 위치와 연관이 있었다. 둘째 딸이 다니는 직장 어린이집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5동에 위치해 있다. 이곳 정문 맞은편에서는 지난 1월 2일부터 3개월이 넘도록 시위가 이어지는 중이다. 대형 확성기를 설치하고 주중에는 하루 종일 시위 구호와 음악 등이 흘러나온다. 시위 주최자가 직접 나서지 않고 녹음된 내용을 반복해서 틀어놓는다. 가끔 비속어도 등장한다. 가장 자주 반복되는 구호로는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차관, 방역국장은 물러가라 물러가라”가 꼽힌다. 확성기 볼륨이 워낙 높다 보니 어린이집 원아들의 귀에도 인이 박힌 것이다.
집회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위를 이어가는 전국음식물사료협회 입장에서 절박한 일이기는 하다. 2019년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농식품부가 돼지에게 잔반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생계가 막막해졌다. 그렇더라도 이 일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원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선 비판이 따라붙는다. 청와대 인근 농아학교와 맹학교가 시위대의 소음에 수시로 시달렸던 상황을 비판했던 사례와 맥락이 비슷하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4일 “아직 인지가 발달하지도 않은 애들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온당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