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이홍정 목사)는 4일 오전 5시 30분 서울 중랑구 신내감리교회에서 2021년 부활절 새벽예배를 드렸다. 찬송가 164장 ‘예수 부활했으니’를 부르며 회원 교단 대표와 소속 기관장 등 30여명이 입당했다. 현장에는 순서를 맡은 극히 일부만 참석했고, 다수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유튜브 생중계로 예배에 참여했다.
시대의 고난을 대표하는 이들이 예배에 초청돼 부활절 새벽에 새 빛을 맞이하는 ‘부활의 증인’이 됐다. 세월호 유가족인 2학년 3반 김시연 엄마 윤경희씨는 “하나님, 울부짖는 우리의 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라고 했다. 윤씨는 “부활 새벽에 저는 새로운 모습으로 오신 주님을 본다”면서 “사랑과 진실이 눈을 맞추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도록 하실 것임을, 그렇게 어둠으로 가려진 세상에 빛으로 드러나심을 봅니다”라고 고백했다.
기후위기 기독교 비상행동 공동대표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이진형 목사가 아파하는 지구를 위해 증언했다. 이 목사는 “더는 사람들의 어리석은 욕심으로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주님의 창조 질서를 보존하게 하실 것을 봅니다”라고 말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손은정 목사는 안전한 노동환경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호소하며 강단에 올랐다. 손 목사는 “주님께서 이 땅에서 친히 목수로 일하시며 노동의 신성함을 우리에게 가르치신 것처럼 이 세상도 노동의 숭고함을 존중하며 노력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되찾게 하실 것을 봅니다”라고 밝혔다.
불법적 쿠데타에 이어 자국민을 학살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를 향해 데이비드 미얀마 성공회 사제가 나서서 증언했다. 데이비드 사제는 “지금 미얀마에서는 불법적 쿠데타로 어린이와 청소년, 아무 잘못도 없는 민간인들이 총에 맞아 죽어가고 있다”라며 “지금 이 시각에도 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와 인권, 생명을 위해 투쟁하는 미얀마에 주님, 부활의 빛을 비추소서”라고 기도했다.
예배에선 NCCK 교회일치위원회 부위원장인 김광년 신내감리교회 목사의 인도로 교회일치위원장 육순종 성북교회 목사가 말씀을 전했다. 육 목사는 ‘그리스도의 부활, 새로운 희망’이란 제목의 설교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는 과거의 모습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셨다”면서 “낡은 질서의 과거의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길을 열어가자”고 말했다.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 순서도 이어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사무총장인 변창배 목사는 “올바른 정치와 공정한 경제가 세워지도록 이끄시며, 우리를 모든 폭력과 알력과 혼란에서 구하시고, 교만과 무례와 모든 악습에서 건져주소서”라고 기도했다. NCCK 여성위원장인 최소영 목사가 교회를 위해, 대한기독교서회 김정수 목사가 창조 질서의 보전을 위해, 한국YMCA전국연맹 김경민 사무총장이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각각 기도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이철 감독회장이 축복기도와 파송 순서를 맡아 축도했다. 이홍정 NCCK 총무는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고통받는 이들을 가슴에 담아보자”면서 “우리 자신을 부인하고 맡겨진 시대의 십자가를 지고 세상의 생명을 섬기는 머슴으로 살아가자”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