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정의용, 강조한 대목…미국·중국 발표엔 다 빠졌다

입력 2021-04-04 08:07 수정 2021-04-04 10:38
서훈 안보실장, 미국서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
정의용 외교장관, 중국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
서훈 “한·미·일, 북미협상 조기 재개 노력 뜻 같이해”
정의용 “가급적 조기에 시진핑 방한 추진키로”
미국 백악관·중국 외교부 발표 자료에 모두 없어 논란

서훈(오른쪽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에서 함께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국의 외교안보 수장들이 미국과 중국에서 외교전을 펼쳤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을 만나 한·미·일 3국 안보실장 대면 회의를 가졌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의견을 교환했다.

시차의 차이일 뿐 서훈 안보실장과 정의용 장관은 같은 날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회담을 가진 것이다.

서 실장은 회의를 마친 뒤 “한·미·일은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대해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가급적 조기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 실장과 정 장관이 각각 강조한 대목이 미국 백악관의 언론 발표 자료와 중국 외교부의 회담 결과 자료에 모두 빠져 논란이 예상된다.

정의용(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의 하이웨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샤먼=연합뉴스

서 실장은 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를 마친 뒤 주미대사관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미·일은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이어 한·미·일이 북·미 협상 조기 재개 노력에 계속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서 실장은 또 “미국 측은 현재 진행 중인 대북정책 검토 내용에 대해 설명했고, 한·미·일 안보실장들은 대북 협상을 위한 대책 마련 및 시행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3국 안보실장 회의 이후 내놓은 언론 발표 자료엔 북·미 대화엔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백악관은 오히려 북한에 경고성 멘트를 날렸다.

백악관은 언론 발표 자료에서 “3국 안보실장들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면서 “3국 안보실장들은 북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3국 안보실장 회의에서 대북 접근법을 놓고 서 실장과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이견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전체적인 회의 분위기는 좋았으며 공동 성명이 아닌 언론 발표 자료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정 장관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가급적 조기에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진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왕이 부장과 정의용 장관의 회담’이라는 제목의 회담 결과 자료에는 시 주석 방한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

중국 외교부는 그러면서 한·중 양국이 이른바 백신여권과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협력키로 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 결과 자료에 “양국은 건강코드 상호 인증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고 백신 협력을 전개하며 신속통로(패스트트랙) 적용 범위를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측이 발표한 코로나19 백신이나 백신여권에 대한 협력은 우리 정부 발표 자료는 물론 정 장관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