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표엔 없지만 中은 언급한 3가지…백신여권, CPTPP, 北안보

입력 2021-04-04 05:00 수정 2021-04-04 05:00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의 하이웨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샤먼=연합뉴스

한국과 중국은 3일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끝나고 회담 결과 자료를 각각 발표했다. 통상 공무 목적의 ‘실무 방문’(Working Visit)인 경우 양측이 공동보도문을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회담 결과를 따로 공개하는 일이 많다. 이 때문에 어떤 사안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발표 내용이나 톤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번에도 한·중 외교부 발표는 미묘하게 달랐다. 중국 외교부는 한·중 양국이 이른바 코로나19 ‘백신 여권’ 상호 인증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중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의사 표시를 환영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의 안보 관심사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외교부 발표에는 없는 내용이다.

반대로 한국 외교부는 한·중 양국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위한 일정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시 주석 방한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의 하이웨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샤먼=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자료에서 “양측은 건강코드 상호 인증 체계를 확립하고 백신 협력을 전개하며 패스트트랙(신속통로제)을 더욱 확대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력과 핵산검사, 혈청검사 결과 등이 담긴 ‘국제여행 건강증명서’를 지난달 출시하고 다른 국가들과 상호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중국으로부터 인증 제안을 받고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중국은 한국이 백신 여권 상호 인증에 동의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한국 외교부 보도자료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기자간담회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또 “한국이 중국의 해외동포 백신 접종 계획인 ‘춘먀오 활동’ 지지했다”고 덧붙였는데 이 역시 한국 외교부 발표문에는 없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는 “한국이 중국의 CPTPP 가입 제안을 환영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중국의 CPTPP 가입은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직접 언급해 주목 받은 사안이다. CPTPP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추진해 12개국이 참여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후속 버전이다. 미 탈퇴 후 일본 주도로 나머지 11개 국가들이 CPTPP를 구성했지만 효과가 반감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이 “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힌 이후 회원국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은 CPTPP 가입국은 아니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한·중 발표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회담에서 “북한의 합리적 안보 관심사를 확실히 해결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안보 관심사란 곧 체제 보장이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이 동시 추진돼야 한다는 ‘쌍궤병행’을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제시해왔다. 왕 부장은 이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협력을 지속 확대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공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 방한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가 회담 결과로 가장 먼저 고위급 교류 지속을 강조하며 “중국 측은 시 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고 밝힌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정 장관은 회담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시 주석 방한을 가급적 조기에 추진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 계획은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