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공원서 묻지마 폭행…아시안계 가족의 비극

입력 2021-04-04 06:00 수정 2021-04-04 06:00
ABC7 뉴스 캡처, 뉴욕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산책하던 중 괴한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

ABC7,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일면식 없는 남성이 아시아계 일가족을 상대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고 1일 보도했다.

이날 A씨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아내, 5살 아들과 산책을 즐기던 중 한 남성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해 얼굴 뼈 두 군데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쳤다.

A씨는 ABC7과의 인터뷰에서 “그 남성은 공원을 어슬렁거리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며 “그는 아내와 아들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무슨 말인가를 속삭였다. 음담패설이었고 아내는 매우 불편해했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은 괴한을 피해 3번이나 자리를 옮겼지만, 이 남성은 가족들을 계속 쫓아왔다. 결국 자리를 이동하던 가족들은 호숫가 바위 사이에 몰리게 됐고, 괴한은 가족들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A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그에게 “이곳은 꽤 큰 공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자”고 말했으나 괴한은 A씨에게 “너는 마스크를 가지고 있구나. 그게 바로 장점이지. 너희들은 항상 유리하다”는 말과 함께 주먹을 휘둘렀다.

A씨는 “눈에 별이 보였다”면서 “땀인 줄 알았는데 만져보니 얼굴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괴한에게 폭행을 당한 A씨는 뺨 두 곳이 골절됐으며 눈은 핏줄이 터져 붉게 변한 상태다.

ABC7 뉴스 홈페이지 캡처

이번 사건이 아시아인 증오범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목격자가 촬영한 용의자의 사진을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이 용의자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해 더욱 적극적으로 용의자를 찾아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

A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인종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우리 가족이 표적이 되었던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집착과 고정관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며 “이런 문제를 알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일로 화가 나지는 않았다”면서 “미워할 여지가 없다. 증오는 사랑으로 잠재우기 전까지는 변형을 거듭하며 끊임없이 진화할 것”이라는 말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