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의 서당이 잇따른 학대와 폭력으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건물을 짓는데 동원됐던 학생이 한밤 중에 30㎞ 걸어 나와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JTBC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A군이 경남 하동 B서당에서 지낸 지 일 년 정도 됐을 무렵인 지난해 5월 한밤 중에 30㎞ 걸어 나와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해 집으로 돌아왔다고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군은 하동읍의 한 PC방에서 ‘집으로 데려가 주면 안 되겠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가족에게 보냈다.
곧바로 하동으로 향한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을 B서당으로부터 30㎞이상 떨어진 시내에서 만났다고 했다. A군은 “6~7시간 정도 걸은 것 같은데 밤 10시인가 그쯤에서 나와서 아침 7시인가 6시까지 걸었다. 낮에는 보는 눈도 많고 그러니까”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날로 아들을 집으로 데려온 아버지는 아들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했다. A군의 아버지는 “맨날 일만 시키고 건물 짓는데 동원하고 공부는 일절 안 해줬다고 하더라”며 “애도 너무 힘들어하고 갈 때마다 살도 10㎏이상씩 빠져 있고 그러니까 그냥 데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A군은 먹는 것도 부실하고 폭행까지 빈번했다고 증언했다. A군은 “너무 힘들었다. 원장이 그냥 때렸다. 내 얼굴을. 그냥 말을 안 들어서”라고 했다. A군은 서당을 떠나고 싶었지만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돼 일부에 알릴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당 측은 강제노역에 대해 “‘물 떠와라’ 등의 도와주는 수준”이라며 “훈육 외에 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A군은 정작 경남교육청이 경찰과 시작한 폭행 실태 조사 대상엔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입소 중인 학생들만 대상이며 과거 서당을 다녔던 학생은 빠졌다는 것이다.
앞서 경남경찰청은 하동군과 교육당국 등과 협력해 ‘엽기 폭력’ 사건이 잇따라 알려진 경남 하동 서당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에는 경찰과 군청 공무원, 전문 상담사 등 20여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됐다.
경찰 등은 이들과 1대 1 면담을 진행하며 서당 관계자에 의한 학대나 학생 상호 간 폭력 등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할 방침이다. 1대 1 면담 특성상 조사가 끝나려면 일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명단에 확인되지 않은 다른 입소자가 있으면 따로 시간을 내 동일한 조사 과정을 거칠 방침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