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단지’ 투기 의혹을 받던 전 경기도청 공무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40억원을 대출 받아 투기한 혐의로 구속된 포천시 공무원에 이은 두 번째 구속영장 신청이다. 경찰은 또 다른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전 하남시청 공무원 자택, 하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 산하 경기남부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2일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전 경기도청 투자진흥과 기업투자유치담당 소속 팀장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구속영장 신청은 포천시 도시철도 7호선 연장 노선 예정 인근 땅에 투기한 혐의로 구속된 포천시 공무원에 이은 두 번째 사례다. 특수본은 A씨가 매입한 땅에 대한 ‘기소 전 몰수보전’도 전날 신청했고, 이에 따라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상태다. 몰수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불법으로 챙긴 수익 재산을 확정 판결 전까지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막는 조치다.
A씨가 도청 공무원으로 재직 중 매입한 토지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예정지 근처의 8필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하반기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논의되던 곳이었고, 2019년 3월 조성지로 최종 확정됐던 곳 인근이다. 경기도는 자체 조사를 통해 A씨가 내부 미공개 정보로 투기성 매매를 했다고 결론짓고 지난 23일 A씨를 경찰에 고발했었다.
특수본 관계자는 “8필지를 매입한 당시 가격은 총 6억3000만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애초에는 A씨가 2018년 10월 부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 명의를 이용, 약 5억원을 들여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4필지(1500여㎡)만 사들였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A씨가 그보다 앞선 시점인 2018년 8~9월 인근 4필지도 장모의 명의로 약 1억3000만원에 매입한 점이 경찰 조사로 새로 드러난 셈이다. A씨가 부인 회사 명의로 사들였던 4필지의 시세는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도면이 공개된 뒤 현재까지 25억원 이상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남부청은 전직 하남시 공무원인 B씨의 자택과 그가 근무했던 하남시청, 하남등기소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B씨 역시 하남시청 도시건설국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미공개 정보로 땅 투기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B씨가 2017년 2월 부인과 공동명의로 구입한 하남시 천현동 토지(1900여㎡)는 2018년 말 하남교산지구에 편입됐다.
경기지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강제수사 사례가 늘어나면서 수사기관 간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경기남부청과 수원지방검찰청은 부동산 투기 수사 공조를 위해 핫라인 구축, 영장 신속처리, 범죄수익 동결 환수 등의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도 단위 수사기관 수장들이 만나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첫 사례다. 특수본 신고센터가 이날 접수받은 신고 건수는 전날보다 41건 늘어난 총 647건으로 나타났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