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유족들에게 총 1억3000만여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관용)는 2일 대구 여대생 사망사건 피해자 정모(당시 18세)양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의문점에 대해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이 사건은 경찰이 사건 발생 직후 교통사고로 성급히 판단해 증거를 수집하지 않고 감정을 지연하는 등 부실하게 초동수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저히 불합리하게 경찰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위법”이라며 “국가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정양의 부모에게 각 2000만원, 형제 3명에게 각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고 당시 1998년 10월 17일부터 연 5%로 계산되는 지연손해금을 더하면 배상금은 총 1억3000만원이다.
정양은 지난 1998년 10월 17일 새벽 학교 축제를 끝내고 귀가하던 중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25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사고 장소는 집과 반대 방향이었고 정양은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정양의 속옷은 사고 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로 종결됐고, 덤프트럭 운전자는 과실 불인정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이후 2013년 스리랑카인 K씨가 정양의 속옷에서 검출된 정액 DNA와 일치하는 인물로 지목됐다. K씨는 다른 공범 2명과 함께 정양을 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무죄를 확정받았다.
무죄가 확정된 후 강제 출국당한 K씨는 스리랑카 현지에서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스리랑카에서는 살인·반역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의 공소시효가 20년이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