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는 아시안 여성 눈물 터트리게 한 주간지 표지

입력 2021-04-02 14:57
일러스트 작가 R.키쿠오존슨의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가 표지를 통해 미국 내 증가하는 아시안 혐오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요커는 4월5일자 잡지 표지로 일러스트 작가 R.키쿠오존슨이 그린 ‘지연(Delayed)'을 지난 30일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

일러스트 작가 R.키쿠오존슨의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모녀로 보이는 여성과 어린 소녀가 텅 빈 지하철 플랫폼에서 손을 잡고 서 있다. 마스크를 쓴 여성은 불안한 표정으로 시계를 보고, 어린 소녀 역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존슨은 이 표지에 대해 “어머니의 발과 (불안하게 솟아오른) 눈썹 위치를 통해 경계심과 두려움 사이에 놓인 몸짓이 드러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존슨은 “코로나19 범유행 당시 자행된 아시안 혐오 범죄에 대한 뉴스를 접하며 이번 작품을 준비했다”며 “뉴스를 읽기가 감정적으로 점점 힘들어졌다. 너무 많은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의 어머니를 상상했고, 가장 큰 정신적 지주인 할머니와 이모에 대해 생각했다. 그림 속 어머니는 모든 여성을 대변한다”고 덧붙였다.

일러스트 작가 R.키쿠오존슨의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존슨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시안 혐오 범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겸허해진다”는 소감을 표현했다. 이어 “지난주 느꼈던 모든 감정을 다루기 위해 색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다. 결국 이 스케치가 그 순간을 가장 잘 포착한 것 같다”고 남겼다.

트위터

존슨이 그린 뉴요커 표지에 많은 여성은 SNS를 통해 공감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제니한은 트위터에 “존슨이 포착한 이 순간이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한다”고 남겼다.

한 누리꾼은 “이 그림에서 내 마음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여성이 신고 있는)테니스 신발이다. 나는 식료품점이나 은행 등 집을 나설 때면 10번 중 9번은 위험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이런 신발을 신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표지를 보고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림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고, 나는 이미 그곳에 있다. 우리는 끝 모를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고 아시안 혐오 범죄에 대한 불안을 고백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