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의 면담 전 관용차를 제공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처장은 보안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공수처 출범 취지와 이번 사건의 성격을 고려하면 부적절한 처사였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김 처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김 처장은 2일 대변인실을 통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이 지검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한 사실에 대해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며 “앞으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언론에 공개된 CCTV 영상에는 이 지검장이 지난달 7일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 청사 인근에서 원래 타고 온 차량에서 내려 김 처장의 관용차로 바꿔 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지검장은 이후 1시간20분쯤 지나 관용차에서 내려 원래 타고 온 차량을 타고 떠났다.
이번 일로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위해 출범한 공수처는 “외관상 이미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에 직면했다. 애초 수사기관장과 피의자의 면담부터가 이례적이었고, 면담 내용이 구체적인 기록으로 남지도 않아 김 처장은 검찰에 고발됐었다. 법조계에서는 “통상의 수사기관에서 벌어지지 않는 일” “앞으로 공수처는 모든 조사 대상자를 이렇게 대할 것이냐”는 비판이 있었다. 여기에 ‘관용차 에스코트’ 논란까지 더해진 셈이다. 통상의 경우 조사를 받는 이들은 입구에서 신분증을 제출하고 방문 목적을 밝혀 청사에 들어온다.
CCTV가 공개되자 법조계에서는 김 처장이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민 전 순천지청장은 페이스북에 “김 처장은 즉각 사퇴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썼다. 그는 “법 앞의 평등, 형평성이 가장 중요한 수사 절차에서 다른 피의자들이 ‘나도 이성윤과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면 안 들어줄 재간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페이스북에 “공수처 1호 사건으로 유력한 이성윤 지검장에 대해서는 ‘외관상이라도’ 엄정하고 공정한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며 “김진욱 공수처장은 책임지고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소 주체’를 놓고 벌어지던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이 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처장은 전날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이규원 검사 등을 기소한 데 대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면서 “기사를 보고 (기소한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달 이 검사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며 ‘수사를 마치면 공수처에 송치하라’고 요구했었다. 검찰은 공수처의 요청이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인사위원회 3차 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할 부장검사 후보자를 선발한다. 이르면 다음 주에 부장검사 4명과 수사처검사 19명이 임명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은 “중립적이고 유능한 인재가 선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