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빛의 봉사’…경기도 화성 소풍길맘드림봉사단원들

입력 2021-04-02 11:36 수정 2021-04-02 11:44
소풍길맘드림봉사단 이효환(오른쪽)씨가 경로당 낡은 전등을 LED로 교체하고 있다. 소풍길맘드림 제공


자동차 공장 작업은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타는 것이다. 한시라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자신이 맡은 부품을 차 한대 한대에 정확히 조립해야 한다. 기아차 화성공장의 노조원들은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삶의 보람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모임이 ‘소풍길 맘드림 가족봉사단’이다. 자동차 제조 기술 외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어렵고 소외된 분들을 위해 쓰자는 취지에서 2018년 만들어졌다. 기아차 화성공장 직원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뜻있는 분들도 힘을 합쳤다. 그렇게 모인 회원이 어느새 600여명이 됐다.
봉사단원들이 노인분들에게 의료 테이핑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단체 봉사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소풍길 맘드림 회원들이 고안한 봉사활동은 저소득층 장애인이나 독거노인 가정, 경로당 등에 낡은 전구를 고효율의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로 교체하는 일이다. 이 봉사활동은 4인 미만이 참여해 방역지침을 어기지 않아도 된다. 전기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봉사단원 이효환(53)씨는 최근 화성시 우정읍 농촌 마을회관 등을 LED로 교체했다.
이씨는 산업교수 자격증을 통해 산업현장 동료들에게 기술 재능봉사도 하고 있다. 산업교수는 해당 업종 전문가가 산업체나 특성화고 등에 가서 교습을 할 수 있는 국가공인 자격증이다. 이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전기관련 기술을 화성공장 기계보수설비 담당직원들에게 전수했다. 그 결과 화성공장 관련 직원 60명 중 53명이 전기기능사 및 승강기 기능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그는 지난해 직업능력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현재 늦깍이로 수원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과에 입학해 자신의 재능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이씨 외에도 소풍길맘드림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많다. 봉사단은 지난해부터 산업 재해율 감소와 미세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기위해 ‘테이핑 치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재활전문가 김현희(28)씨를 포함해 봉사단원 30명이 테이핑 치료 자격증을 습득했다. 이들은 병원을 찾기 힘든 외국인근로자나 노인분들이 많은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미세통증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테이핑 치료를 해주고 있다.
봉사단 내 김씨를 포함 관련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단체 테이핑 봉사활동이 쉽지 않자 스스로 테이핑을 하고 스트레칭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자를 제작 중이다. 소풍길맘드림은 ‘생활속에 안전 근골격계 예방’이란 제목의 책이 완성되면 근로자 뿐 아니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다.
소풍길맘드림 김영민(왼쪽)씨와 김현희씨가 의료테이핑 책자에 들어갈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풍길맘드림의 봉사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지난해 경기도는 봉사단을 비영리 민간단체로 승인했다. 기획재정부의 기부금단체 승인까지 받았다. 소풍길맘드림봉사단 김영공(57) 단장은 2일 “코로나19 이전에는 LED전구교체 ,테이핑봉사 뿐 아니라 음식봉사 및 환경정화 봉사도 진행했는데 아쉽다”면서 “코로나19로 단체 봉사활동이 어렵지만 4인 이하 봉사소모임등 ‘제2, 제3의 코로나 거리두기 봉사활동’을 계획해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