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동산 문제 적임자 찍어야”… 젊은층 드물었던 아침 사전투표

입력 2021-04-02 10:16 수정 2021-04-02 10:18
4월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본인 신분 인증을 하고 있다. 최지웅 기자

4월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오전 6시30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이른 아침 시각임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건물 1층 현관에서 체온을 점검한 뒤 5층 투표소로 향했다.

시민들은 투표소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손 소독제와 비닐장갑을 받고 본인 신분 확인을 마친 뒤 기표소에 들어갔다. 대기 중인 시민들은 바닥에 1m 간격으로 붙어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 스티커에 발을 올려놓고 방역 수칙을 지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체 잦아들지 않고 있지만 분위기는 차분했다.

일부 시민은 출근길에 오르기 전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는 모습이었다. 청소노동자 60대 이모씨는 “이미 1년 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투표를 해봐서 그런지 비닐장갑을 끼고 손 소독제를 바르는 것이 어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투표율이 저조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4월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1m씩 간격을 둔 상태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최지웅 기자

시민들은 표심을 좌우할 만한 가장 민감한 주제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80대 노모를 부축하며 투표장에 들어선 50대 남성 김모씨는 “치솟는 집값 문제를 해결해주리라 기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 비해 유권자들은 부동산 이슈에 더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청년 문제도 언급했다. 얼마 전 30대 딸이 결혼했다는 60대 정모씨는 “신혼 가정을 꾸리는 젊은이들이 평생 일을 해도 내 집 하나 마련하지 못한다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며 “이를 좀 보듬어줄 수 있는 후보가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서울에 사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 만큼은 관심 있게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오전 6시부터 오전 8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동안 20대 젊은층 유권자의 모습은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웠다. 투표소 관계자도 “새벽부터 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청년 투표율이 올라가는 추세라고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의 다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4월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1m씩 간격을 둔 상태에서 투표소 관계자에게 손소독제와 비닐장갑을 받고 있다. 최지웅 기자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 투표장에 들른 직장인 김모(53)씨도 이런 젊은층의 정서를 전했다. 그의 대학생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번 선거에 투표를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동산 투기 문제를 접한 아들은 “선거 때마다 투명 공정 등 구호가 많지만, 믿으면 바보가 되는 듯하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의 아들이 “관념적인 구호보다 차라리 황당한 공약에 눈길이 갈 때도 있다”고 말하더라고, 김씨는 설명했다.

택시를 운전하는 60대 남성 A씨는 “젊은 세대는 전 서울시장의 불명예스런 퇴장을 마음에 둘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의 자녀 역시 후보의 정치 행보보다는 청렴성에 최대한 무게를 두고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전 9시 현재 서울시장 선거에는 9만7596명(1.16%)의 유권자가 투표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