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14개월만에 최고치, 고개드는 인플레이션 우려

입력 2021-04-02 09:52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1.5% 상승했다. 14개월만에 최고치다. 농산물 가격 고공행진과 유가 상승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장기적 물가상승) 전조가 아니냐는 전망이 일고있다. 정부는 일시적 물가상승일 뿐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16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5% 올랐다. 지난해 1월(1.5%)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동안 0%대에 머무르다 지난달부터 두달 연속 1%대로 올라섰다.
물가상승의 주 원인은 농산물이다. 파와 계란 등 농축수산물은 작황 부진과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여파 등으로 13.7% 올랐다. 유례없이 긴 장마와 잦은 태풍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파 값은 305.8% 급등했다. 사과(55.3%), 고춧가루(34.4%), 쌀(13.1%) 등도 크게 올랐다. 달걀(39.6%), 국산쇠고기(11.5%), 돼지고기(7.1%) 등 축산물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집세는 한 해 전보다 1.0% 올랐다. 전세와 월세 상승률은 각각 1.4%, 0.6%를 나타냈다. 월세는 2014년 11월(0.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에 공업제품 물가는 0.7% 오르며 지난해 3월(1.3%)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가정 내 수요가 늘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가 8.4%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가 회복하며 완만하게 상승하는 수준인데 앞으로 높아질 우려가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좀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사전 차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이억원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뉴딜 및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현재 추세와 작년 2분기에 낮았던 물가 수준을 감안할 때 올해 2분기 물가 오름폭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 “일시적 물가 상승이 과도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방 공공요금 관리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 차관은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요금 조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 물가 여건이나 서민 부담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인상하거나 인상 시기를 분산하는 등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3일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 리스크 확대를 우려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을 위시해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돈풀기’에 나서면서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