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몸매 평가 좀”. 지난 1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해당 게시글에는 SNS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전신 거울샷’ 사진 세장이 포함됐고 그중 한 장에는 사진 속 인물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일부 노출돼 있었다. 커뮤니티 유저들은 “츄릅” “키 몇이냐 인스타 제발 (알려달라)” “옆에서 잘 지내다가 한번 기회 봐서…” 등의 댓글을 남겼다.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개설된 ‘몸매 갤러리’에 연예인·일반인 등의 사진과 움짤을 가져와 품평하는 성희롱성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데도 별다른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쁜 몸매를 올리는 갤러리”라고 소개된 갤러리에서는 유저들이 게시글 제목이나 내용, 댓글을 통해 피해자의 몸매를 상·중·하로 평가하고 성희롱성 발언을 수시로 했다.
일반인이 피해자가 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국민일보 집계 결과 지난달 30일 하루동안 해당 커뮤니티에 올라온 26개의 게시글과 125개의 사진·움짤 중 7개가 일반인이 해수욕장이나 카페 등에서 촬영해 SNS에 올린 일상 사진이었다. 일부 사진에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주소가 노출돼 있었다.
해당 갤러리는 커뮤니티 유저들이 ‘몸매’ ‘가슴’ ‘엉덩이’ ‘다리’ ‘골반’ ‘남자’ 카테고리에 따라 본인이나 타인의 신체 일부를 담은 사진 및 움짤을 공유한다는 걸 내걸고 시작됐다. 자기 몸매를 찍어 올리는 게시글은 극소수였다. 대부분의 사진·움짤은 AV배우·모델부터 연예인, 인플루언서, 인터넷 쇼핑몰 모델,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일반인의 경우 운동 인증샷부터 바디 프로필, 외출 중 친구들과 찍은 컷, 일반적인 셀카 등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커뮤니티에 떠돌아 다니며 품평, 성희롱의 대상이 됐다.
"그런 사이트가 있어요?" 중학생 사진까지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일부 유저들이 게시글과 댓글 등을 통해 이름과 SNS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람 ㄴㄱ(누구)?” “인스타 ㅈㅂ(제발)” “정보 좀” “사람 찾아요”와 같이 사진 속 인물의 개인정보를 묻는 게시글이 올라오면 다른 유저들이 댓글을 통해 인스타그램 계정 등을 알려주는 식이었다.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국민일보로부터 피해사실을 들은 뒤 “이런 사이트가 있는 줄도 몰랐다”며 불쾌해했다.
해당 갤러리는 공지글로 금지 사항을 규정해둔 상태였다. 공지글에는 △미성년자 △교복을 입거나 교복 코스프레를 한 사진 △불법 촬영물 △성희롱성 제목이나 댓글 등을 발견할 시 삭제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민일보의 취재 결과 해당 공지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미성년자의 사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피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심지어 한 게시글 사진에서는 어린 외모의 피해자 앞에 중학생을 위한 문제지가 놓여 있었다.
처벌할 수 있을까…여전한 사각지대
유저들은 일반인의 사진을 도용한 게시글에 대해 “본인이 SNS에 올린 사진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합성 없이 도용만 이뤄진 경우라고 하더라도 피해 정도가 낮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다”며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성폭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하지만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승혜 변호사는 “일반인의 사진을 SNS에 당사자 동의 없이 가져와 게시했을 때 본인이 공개한 사진이라면 형사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성인을 향한 성희롱 역시 모욕죄나 명예훼손이 적용되는데 성립요건이 매우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성희롱은 업무, 고용 등 관계에서 지위를 이용해 성적 굴욕감을 주는 경우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어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희롱은 처벌 가능하다”며 “아동복지법으로 처벌받으려면 모르는 사람이 봐도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피해 사실을 인지한 뒤 즉각 삭제하는 게 최선이다.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피해 촬영물, 게시물 주소 등을 확보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연락하면 24시간 신고 접수가 가능하다.
센터 관계자는 “피해자가 접수한 촬영물을 기반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촬영물이 유포된 게시물을 포함해 개인정보 유출 등 2차 피해성 게시물, 검색엔진 내 잔여 기록까지 삭제지원하고 있다”며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른 불법 촬영물인 경우 선제적으로 삭제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정인화 인턴기자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