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백신 전쟁중… 자국우선에 원료부족, 접종 차질 우려

입력 2021-04-01 18:01
1일 청주시 상당구청 스포츠센터 3층에 설치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실에서 한 시민이 주사를 맞고 있다. 청주시 제공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재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백신 공급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백신 생산시설 보유국들은 수출 제한까지 불사하며 자국민 우선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지만 안정적인 2분기 접종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일 브리핑에서 “범정부 백신도입관리 TF를 가동하겠다”며 “백신 수급을 점검하고 물량을 신속히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백신 도입을 담당하고 있는데도 별도의 팀을 꾸린 건 그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부가 2차 접종에 쓰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비축분을 1차 접종 대상자에게 앞당겨 쓰기 시작한 것도 수급난의 방증이다.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날 0시 기준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가 81만5769명이라고 밝혔다. 당초 국내에 공급된 물량은 78만7000명분(157만4000회분)이었다. 2만8000여명이 비축분을 당겨 맞은 셈이다. 정부는 백신 확보 시간을 감안해 1·2차 접종 간격을 기존 10주에서 12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국제 백신공동구매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4만5000명분이 전날 네덜란드에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21만6000명분으로 줄었다. 공급 일정도 3주가량 늦어질 전망이었지만 현지의 행정 절차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 ‘지연 배송’은 피하게 됐다. 총 600만명분을 구매한 얀센 백신도 2분기엔 50만명분 이하로만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코백스가 공급하는 화이자 백신은 6월말 약 15만명분이 들어온다. 화이자로부터 직접 산 백신은 이달 50만명분을 시작으로 5월에 87만5000명분, 6월에 162만5000명분이 도입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개별 계약한 350만명분이 5~6월 중 공급된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가 연초에 예상한 2분기 공급량에는 못 미친다. 물량 도입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남아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확보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진행된 화상 정상회담에서 멕시코의 백신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영국 정부는 자국민을 위해 아일랜드에 백신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역내에서 생산된 백신에 대해 사실상의 수출 제한 조처를 내렸다. 백신을 수출하려면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약속한 물량을 제대로 공급했는지 따지도록 했다. 이탈리아는 이달 초 자국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호주 수출을 막았다. 인도도 최근 자국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원료 공급에도 문제가 있다. 노바백스는 원료 수급난을 이유로 EU와의 백신 공급 계약 체결을 연기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 제조에 쓰이는 바이러스 벡터도 수급이 원활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