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도 북한이 고급 외제차와 주류 등 사치품을 수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1일(현지시간)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이같은 북한의 제재 위반 내역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대북 정책을 검토 중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를 계기로 대북 제재를 한층 더 공고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고서는 “한 회원국이 확인한 북한의 메르세데스 벤츠, 마이바흐 S600 두 대와 관련한 불법 수입 여부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최종 사용자 관련 정보는 없지만, 북한 최고지도자가 자주 이용하는 차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때 타고 등장한 벤츠가 밀반입됐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고급 외제차는 사치품으로 분류돼 북한으로의 수출이 금지된 만큼, 사실상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당시에도 검정색 벤트를 타고 등장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보고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황해북도 은파군 수해 현장을 방문할 당시 직접 몰고 등장한 차량이 일본 도요타사의 렉서스 LX570 모델이라고 적시했다. 다만 도요타는 미국과 캐나다 중국에 수출하는 이 모델이 어떤 경위로 북한으로 들어갔는지 파악할 수 없다고 유엔에 설명했다.
주류 등의 북한 유입이 코로나19 사태로 예년과 비교해 줄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차단을 목적으로 외부로부터의 물자 반입을 최소화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북한 주민으론 처음 미국 법정에 서는 문철명 역시 10년 가까이 싱가포르에 머물며 고급 위스키와 와인 등을 구입해 북한으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고, 모든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사일 관련 핵심 기술인 대기권 진입 능력 여부는 불확실한 것으로 평가했다.
또 북한이 전 세계 은행과 기업에서 현금과 가상화폐를 빼돌려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회원국에 따르면 북한은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3억1640만 달러(약 3575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훔쳤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외화 획득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활동이 자유로운 사이버상 불법행위로 눈을 돌려 외화벌이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