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재판의 본격 시작을 예고한 가운데 ‘윤장우’라는 낯선 이름이 이목을 끌고 있다. 윤씨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캠프 전신인 ‘공업탑 기획위원회’에 있던 측근으로 선거범죄 의혹을 사실상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에는 ‘귀인’, 송 시장 측에서는 ‘배신자’인 셈이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권상대)는 수사 과정에서 윤씨와 관련해 정식 참고인 조사를 하지 않아 조서가 없고, 면담 등을 통한 수사보고만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보고는 검찰 내부 검토자료에 가까워 조서만큼의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송 시장 측 변호인들은 윤씨가 공소장에 비중 있게 등장하고 8차례 언급된 점을 볼 때 이례적이라는 입장이다.
변호인들이 특히 문제 삼는 건 지난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부장판사 장용범)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나온 검찰 발언이다. 검찰은 “면담 수사보고는 피고인의 부동의가 자명하다”며 “미리 증거로 내기보다는 윤씨를 증인으로 불러 생생한 증언과 반대신문을 통해 진술 진위를 가리겠다”고 했다. 이는 피고인이 증거에 부동의하면 그 사유가 부당하다고 다툰 뒤 증인신문을 하는 검찰의 통상적인 공소유지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일부 변호인은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했다.
송 시장 측은 “윤씨가 그간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했는지 알아야 반대신문을 할 수 있다”며 수사보고의 열람·복사를 요청했다. 한 변호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다른 관계자들에게 물어볼 때도 ‘윤씨가 이런저런 진술을 했는데 사실이냐’는 식으로 질문했다”며 “윤씨의 진술 내용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윤씨는 제보경위 등을 볼 때 선거범죄 의혹의 신고자로 볼 여지가 있다”며 증인보호 등의 이유로 수사보고를 열람·복사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송 시장 측은 공소장을 구성하는 두 기둥이 송 시장 측근이었던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과 윤씨의 진술이라고 본다. 실제로 공소장에는 윤씨가 비중있는 인물로 언급돼 있다. 송 시장이 2017년 9월 울산지방경찰청장이었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표적수사를 청탁했다는 의혹은 윤씨 진술이 주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공소장에 “송 시장이 윤씨에게 ‘황운하가 인사 온다는데 만나볼까’라고 묻자, 윤씨가 ‘만나 보소, 송병기가 모아놓은 김기현 비위 자료를 줘보이소’라고 권했다”고 적었다.
윤씨 진술의 신빙성은 향후 재판에서 유의미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씨는 민주당 울산 울주군수 경선에서 탈락한 뒤 2018년 5월 “송철호 후보에게 인간적 배신감을 느꼈다”며 탈당하고 당시 김기현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혔다. 향후 송 시장 측은 윤씨의 정치적 배경, 조서 없이 수사보고만 남긴 이유 등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