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따끔해” “지금 안 맞아”… 75세 이상 백신 접종 첫날

입력 2021-04-01 17:24
만 75세 이상 노인시설 입소자 등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어르신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연합뉴스

만 75세 이상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일 전국 곳곳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는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분위기였다. 다만 불안감을 거두지 못하며 백신 접종을 미루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이날 서울시내 곳곳에 마련된 접종센터에서는 접종이 시작되는 오전 9시 이전부터 많은 어르신들이 미리 와서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오전 8시30분쯤부터 송파구보건소, 성동구청 강당 등에는 10~20명 가량의 어르신들이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당종합체육관에는 어르신들이 동작구 데이케어센터 차량을 타고 오기도 했다. 일부 어르신들은 휠체어나 보행기,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왔고 보호자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접종센터에서 어르신들은 발열체크와 전자출입명부(QR) 등록을 한 뒤 예진실에서 의료진과 기저질환 유무, 복용 중인 약의 종류 등을 상담했다. 귀가 잘 안 들리거나 말소리를 크게 하기 어려운 고령자들을 위해 예진실에는 마이크와 소형 스피커가 설치돼 있었다.

어르신들은 예진을 마친 뒤 순서대로 접종실에 들어가 백신을 맞았다. 접종을 한 어르신들은 개인 신상과 3주 후 재접종 날짜가 표시된 접종확인서를 받았다. 이상반응 대기실에서 15~30분간 기다린 뒤 안내판에 귀가 안내 문구가 뜨자 직원의 안내를 받아 떠났다. 이날 송파구보건소 등은 이상반응으로 접종자의 상태가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접종을 마친 어르신들은 버스를 타거나 직접 걸어가는 등 대체로 가뿐한 기색으로 접종센터를 나섰다. 성동구청에서 백신을 맞은 A씨(75)는 “별로 아프지 않았고 따끔한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당체육종합관에서 접종한 김정순(75)씨는 “지난밤에는 걱정하느라 잠이 안 와서 수면제까지 먹고 잤다”며 “막상 주사를 맞아보니 크게 아프지 않았고 지금도 괜찮다”고 전했다. 홍순단(87)씨는 “‘백신이 위험하다’는 보도를 많이 접해서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도 “주사를 맞고 처음엔 잠깐 어질어질했는데 5분 정도 지나니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또 “백신이 괜찮다고 주변에도 많이 알려줘야겠다”고도 했다.

접종 날짜를 착각하는 바람에 발길을 돌리거나 접종센터가 멀다며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 사당종합체육관을 방문한 서강용(85)씨는 “1일부터 접종을 시작한다는 보도를 보고 왔는데 알고 보니 오는 13일에 접종이 예약돼 있다고 해서 다시 집으로 가고 있다”며 “눈이 어두워 문자가 잘 안 보이니 안내를 받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장종양(82)씨는 “아침부터 일찍 나와야 했다”며 “각 동네마다 접종센터를 마련하면 안되냐”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접종 신청을 미루기도 했다. 부산에 사는 김모(60·여)씨는 “80대 어머니가 접종을 원하시지만 백신 부작용에 대한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어 자식으로서는 불안하다”며 “2분기에도 접수할 수 있다 하니 당분간 상황을 지켜본 뒤 접종을 권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문모(75)씨도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시키기도 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며 “화이자든 뭐든 100% 믿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김지애 최예슬 신용일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