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드디어 시카고 ‘올 댓 재즈’를 해보네요”[인터뷰]

입력 2021-04-01 17:22
배우 윤공주의 모습. 신시컴퍼니 제공

배우 윤공주는 남편을 살해한 여죄수 록시 하트로 9년 전 뮤지컬 ‘시카고’ 무대에 섰다. 오랫동안 꿈꾼 공연이지만,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자책 탓에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꼭 다시 하고 싶다’는 바람은 올해 이뤄졌다. 이번엔 남편과 여동생을 죽인 또 다른 여죄수 벨마 켈리다. “제가 드디어 시카고의 상징인 ‘올 댓 재즈’(all that jazz)를 불러보네요.”

2일 개막하는 뮤지컬 ‘시카고’에서 벨마를 연기하는 윤공주는 최근 국민일보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나 “공연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벨마 역 오디션에 지원했다”며 “아쉬움을 털고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6년 만들어진 이 작품은 국내에선 2000년 12월 8일 라이선스 초연했다. 1920년대 어수선했던 미국 쿡 카운티에서 실제로 벌어진 공판에서 영감을 받아쓴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된 여죄수 벨마(최정원·윤공주)와 록시(아이비·민경아·티파니영), 변호사 빌리 플린(박건형·최재림)이 욕망이 얽힌 사회를 풍자하는 보드빌 형식의 작품이다.

‘시카고’는 일반적인 기승전결 구조를 벗어난 작품이다. 등장인물의 관계와 설정, 우화나 상징 같은 표현 방식을 부각하는 콘셉트 뮤지컬이다. 그래서 벨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는 관객의 몰입을 제한하고 질문을 던지는 사회자다.

배우 윤공주. 신시컴퍼니 제공

윤공주가 해석한 벨마는 굉장히 영리한 캐릭터다. “최정원 언니가 벨마의 상징적 인물이라 감히 경쟁하려는 생각조차 안 했어요. 그래도 ‘윤공주표 벨마’를 만들어야 했어요. 살인죄로 갇힌 죄수의 눈빛을 연구하고, 다른 작품 속 벨마의 모습도 많이 찾아봤죠. 내면의 강인함을 외적으로 더 부각하고 싶어요.”

2001년 뮤지컬 ‘가스펠’로 데뷔한 윤공주는 ‘아이다’ ‘안나 카레니나’ ‘맨 오브 라만차’ ‘노트르담 드 파리’ ‘지킬 앤 하이드’ 등 주로 대극장 작품의 주인공을 맡았다. 대형 뮤지컬을 섭렵한 윤공주가 특히 ‘시카고’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좋아하는 문장인 ‘Simple is best’(단순한 것이야말로 아름답다)를 가장 잘 구현한 공연이라서다.

‘시카고’ 무대는 군더더기 없이 직관적이다. 정중앙 계단형 피트 하나만 세워져 있고, 이 공간에서 모든 장면이 이뤄진다. 소품이나 의상도 마찬가지다. 블랙을 기본으로 하고, 반지나 매니큐어, 목걸이로 포인트를 준다. 윤공주는 “여백이 많은 공연”이라며 “최소한의 소품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시카고' 연습실 모습. 윤공주가 '올 댓 재즈'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고강도 안무가 많은 ‘시카고’에서 몸을 잘 쓰기로 유명한 윤공주의 매력은 더 빛이 난다. 지금은 대표적으로 춤을 잘 추는 뮤지컬 배우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원래 뻣뻣했어요. 매일 노력하며 지금까지 왔죠. 한 번에 이뤄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꾸준히 하면 뭐든 이룰 수 있죠. 제가 춤을 출 수 있는 이유이자 지금까지 무대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은 꾸준함이에요.”

계획을 물었더니 순간의 소중함을 역설했다. 데뷔 후 소처럼 일했던 윤공주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꼬박 1년을 쉬었다. 예기치 않은 긴 휴가에 낙담할 법도 한데,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은 그 시간을 생각을 정돈할 계기로 바꿔놨다.

“쉼 없이 달려왔으니 이런 시간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두 작품을 동시에 준비하게 됐죠. 무대가 간절했는데 갑자기 바빠지니 힘든 시기가 오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대단한 무언가를 이뤄내기 위해 또 다른 무언가를 내려놓고 질주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을 행복하게 즐기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지금 계획은 딱 하나예요. 아주 멋진 벨마를 만들어 내는 것!”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