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퇴임하는 박상옥 대법관 후임 후보로 천대엽(57·사법연수원 21기)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가 선정됐다. 대법관 후보에 세 차례 이름을 올린 끝에 최종 후보자로 낙점됐다. 판사 출신인 천 부장판사가 임명될 경우 6년 만에 대법관 전원이 ‘비검찰’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의 신임 대법관 후보 중 천 부장판사의 임명을 제청했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천 부장판사가 사법부 독립, 기본권 보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 등 대법관으로서 기본적 자질을 갖췄을 뿐 아니라 해박한 법률지식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 능력을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천 부장판사는 두 차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재판 전문가로 특히 형사법에 정통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과거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아동과 지적장애인의 진술 신빙성을 함부로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해 주목을 받았다. 성폭력 사건을 재판할 때 아동과 지적 장애인의 인지적 특성을 충분히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출판기념회에서 과도한 찬조금을 받는 국회의원의 관행을 뇌물죄로 판단한 것도 주요 판결로 꼽힌다.
천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에서도 청렴한 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5일 공개된 고위법관 재산 현황에 따르면 천 부장판사의 재산은 2억7300만원으로 144명 고위법관 중 가장 적었다.
검찰 출신인 박상옥 대법관 후임에 천 부장판사가 최종 후보로 제청되면서 대법관 전원이 비검찰 출신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이번 대법관 인사 제청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검찰 몫’이라는 개념을 없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천 부장판사가 재판연구관을 6년이나 했는데 이는 능력이 있는 판사들 중에서도 희귀한 경우”라고 평했다.
문 대통령이 천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인사청문회 등 국회 인준 절차가 시작된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는 천 부장판사와 검찰 출신의 봉욱 변호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3명을 대법관 제청 후보로 올렸었다.
임주언 구자창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