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2조 달러(약 2260조원)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도로와 교량 재정비, 전기차 충전소 설치, 국내 제조업 육성, 첨단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미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겠다는 것이다. 첨단기술 육성을 위해 자국 기업에 거액을 쏟아붓는 중국에 견제구를 날리는 측면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연설에서 “미국 역사상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만한 투자”라며 “주간(州間) 고속도로 건설과 우주개발 경쟁 이후 이만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투자는 모든 사람에게 성공할 기회를 주는 공정한 경제를 건설할 것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튼튼할 뿐 아니라 혁신적인 경제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계획은 신규 건설보다는 기존 시설을 현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 전역의 도로 2만 마일(약 3만2186㎞)과 다리 1만 개를 개·보수함으로써 인구와 물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대비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50만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항목에 1740억 달러(약 197조원)를 배정했다.
미국인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방안도 담았다. 저렴한 주택 공급을 위해 2130억 달러(약 241조원) 규모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납 재질 수도관을 교체하기로 했다. 시골 지역까지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을 확대하는 한편,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해 기존의 낙후된 전력망을 현대화하는 내용도 있다. 노인과 장애인 돌봄 시설을 확충하는 데 4000억 달러(약 453조원)가 배정됐다.
질 좋은 일자리 공급과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5000억 달러(약 566조원)가 투자될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 거액을 배정한 것은 중국과의 기술 경쟁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일자리 투자이기도 하다”며 “보수가 좋은 일자리를 수백만 개를 만들 것이다. 경제를 성장시켜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투자 계획 실현을 위해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연소득 40만 달러(약 4억5000만 원)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2017년 공화당이 최고 35%였던 법인세를 감세한 것을 다시 올린다는 것이어서 공화당이 반발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