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마주친 여성을 수십㎞ 뒤따라간 남성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일 경범죄 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혐의 등으로 A씨(39)를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전북 강천사 휴게소에서 마주친 여성 B씨의 차량을 46㎞ 떨어진 광주 서구 풍암파출소까지 뒤따라간 혐의를 받는다. 과거 상해 등 혐의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A씨는 또 다른 형사 사건에 연루돼 경찰 조사 대상에 오른 인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기존 형사 사건과 함께 이번 사건을 병합해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경찰은 사건 당일 파출소로 몸을 피한 B씨가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A씨를 그냥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져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B씨의 블랙박스에 찍힌 정황상 A씨가 고의로 뒤따라 오는 게 명확해 보이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B씨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았고, 단순히 쫓아오거나 바라본 것 만으로는 적용할 죄목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A씨가 “가는 길이 겹쳤을 뿐”이라고 주장한 데다 실제 주소지도 해당 지역이어서 B씨를 뒤쫓아온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B씨는 경찰의 이같은 설명에도 대처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글에서 신변 노출 등을 우려하다 일주일 만에 경찰서를 찾아가 고소 의사를 밝혔다며 “경찰은 따라오는 행위로는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해서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확인하시라고 몇번이나 말했지만 차로 위협한 게 아니라면 그 영상을 볼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면서 “대체 누가 사는 동네도 다른데 (일부러) 길을 돌고 돌았던 내 동선과 똑같이 파출소까지 따라오고 파출소 앞에서 창문을 내리고 빤히 쳐다보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가 올린 블랙박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명확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경찰의 말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스토킹 범죄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이 법을 A씨에게 적용하긴 어려워 보인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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