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소라넷’서 압수 비트코인→122억원 돼 국고수익

입력 2021-04-01 14:28 수정 2021-04-01 14:29

검찰이 ‘제2의 소라넷’으로 불린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로부터 범죄수익으로 몰수한 비트코인 120억원 어치를 최근 사설거래소를 통해 매각, 국고에 귀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해 몰수, 처분을 거쳐 국고로 귀속시킨 첫 사례다.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2017년 적발한 음란물 사이트 에이브이스누프(AVSNOOP) 운영자 안모씨로부터 몰수한 191비트코인을 모 사설거래소를 통해 개당 평균 6426만원에 처분해 총 122억9000여만원을 국고에 귀속했다.

검찰은 그동안 관련 법령이 없어 해당 비트코인을 압수한 이후 3년 넘게 보관해왔다. 지난달 25일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이같이 조처했다.

검찰은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시행일인 지난달 25일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의 양이 많아 당일 여러 차례에 걸쳐 분할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비트코인은 그 며칠 사이에도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최종적으로는 개당 평균 6426만원에 처분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5월 안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면서 검찰이 압수한 216비트코인 중 191비트코인을 범죄수익으로 인정, 몰수 판결을 내렸다. 또 6억 9000여 만원 추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은 범죄수익으로 얻은 가상화폐에 대해 몰수 판결을 내린 첫 확정판결이자 비트코인 투기 광풍이 불어닥친 직후 나온 판결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검찰은 그러나 관련 법령 미비로 몰수 판결을 받은 비트코인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못한 채 3년 넘도록 비트코인을 전자지갑에 보관해왔다.

대법원판결에 앞서 2017년 말∼2018년 초 가상화폐 시장은 급성장했으나, 당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추진’과 관련한 발언을 하는 등 정부의 투기 억제 조처는 여러 차례에 걸쳐 나왔다.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내용의 법령이나 규정이 없는 가운데 시간은 흘러갔고, 비트코인 거품은 꺼져 버렸다.

그러나 갑자기 지난해 말부터 가상화폐 시장의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 가치가 수직 상승과 소폭 하락을 거듭하면서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사상 최고치인 7200만원을 돌파했다.

덕분에 경찰이 2017년 4월 안씨로부터 비트코인을 압수했을 당시 2억7000여만원(개당 약 141만원 수준)이었던 191비트코인의 가치는 검찰 처분일 기준 122억 9000여만원(개당 평균 6천426만원)어치로 45배 이상 뛰어 국고 귀속 수익이 크게 불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수익으로 몰수한 비트코인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1일 오후 2시부터 매각한 비트코인 금액을 거래소로부터 건네받아 국고 귀속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