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특파원 나타나자…미얀마인들 “들어달라” 절규 [영상]

입력 2021-04-01 11:43 수정 2021-04-01 13:00
미얀마 군경이 CNN취재팀이 탑승한 차량을 호위하고 있다. 트위터

미국 CNN 취재팀이 미얀마에 입국한 사실이 알려지며 시민들이 취재팀의 이동 경로를 따라 경적을 울리고 냄비를 두드리는 등 반(反)쿠데타 의지를 표현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NN특파원 클라리사 워드가 미얀마 군부의 입국 허가를 받고 양곤을 방문했다.

미얀마 군부에 고용된 이스라엘계 캐나다인 로비스트 아리 벤메나시가 CNN 취재팀의 방문을 주선한 데 따른 결과다.

군부는 지난달 11일 “미얀마 사태는 서방세계가 잘못 추측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오해를 풀기 위해 로비스트를 고용했다”고 발표했다.

클라리사 워드와 촬영팀은 흰색 차량을 타고 3대 이상의 군경 차량 호위하에 취재를 진행했다.

미얀마 네티즌들은 “군부가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아무 일도 없는 곳만 보여주고 있다”며 “자신들이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의 진실을 감추고 포장하기 위해 CNN 취재팀을 속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양곤 시민들은 취재팀이 방문하는 날 오후 1시, 3시, 5시 세 차례에 걸쳐 동시에 경적을 울리거나 냄비, 깡통을 두드리며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려 노력했다.

트위터에 ‘클라리사 워드’ ‘미얀마 CNN’를 검색하면 시민들이 올린 수많은 동영상과 게시물들이 발견된다.


널리 퍼진 동영상에는 오후 3시쯤 CNN 특파원을 태운 차량 위쪽에서 양곤 시민들이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소음을 내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는 “시민들은 CNN 특파원이 군부가 말하는 것처럼 이 나라가 평화롭지 않다는 것을 알기를 원한다”는 설명이 포함됐다.

또 다른 영상을 보면 길에 늘어선 차량들이 일제히 경적을 울리고 탑승객들이 창밖에 손을 내밀어 시민불복종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미얀마 군경이 CNN 취재팀 방문에 따라 폭력 진압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트위터를 통해 확산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경찰 문건이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클라리사 워드 특파원도 자신의 SNS에 양곤 시민들을 담은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클라리사 워드 인스타그램 스토리 캡처

그는 차 안에서 찍은 짧은 동영상을 통해 “핸드폰은 소리를 잘 담지 못하지만 시민들은 중무장 차량이 호송한 우리가 지나갈 때 냄비와 팬을 두드렸다”고 밝혔다.

앞서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가 일으킨 뒤 군경의 발포와 폭력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시민 536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