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2월 8일 중국 우한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당시 우한폐렴으로 불려짐) 환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 1월 20일 중국으로부터 입국한 사람들 가운데 1명의 환자가 최초로 발생했다.
국내에서의 환자 발생에 따라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서는 2020년 1월 22일 전국 보건환경연구원 바이러스 검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에 대한 교육과 검사 능력에 대한 검증 평가가 실시됐다.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체계는 광역자치단체 기관인 보건환경연구원을 중심으로 검사 시스템이 구축됐고,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이하 연구원)에서는 그해 1월 28일부터 6명으로 구성된 3개조의 ‘24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비상대책반’을 운영했다.
연구원 비상대책반은 지난해 2월 18일 경북에서 처음 발생한 감염자를 정확히 진단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시작했다.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 위험 정도 등은 확실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긴장감과 책임감만으로 대규모 감염 환자를 진단·검사해야 하는 길고도 힘든 전쟁이었다.
연구원 건물 입구를 들어서자 1층 출입문에 “코로나19 검체 접수는 본관 건물 오른편 쪽문을 이용하세요”라는 알림판이 붙어 있었다. 검체를 운반하는 사람들과의 접촉 감염과 검체 사고로 인한 건물 전체의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한 것이었다.
연구원 로비에 있는 북카페는 본래 민원인들의 공간이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부터는 검사자들이 커피 등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작은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북카페 2층에는 밀폐형 텐트 2동이 설치돼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검사원들이 새벽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따스미 텐트’라고 불려지고 있었다.
북카페 옆 비상대책반을 위한 임시 휴게실 한쪽 벽면에는 ‘2020년 금오대상’ 상패가 자랑스럽게 놓여 있었다. 이 상패는 지난해 연구원 전 직원이 합심해 코로나19 검사에 노력한 결과를 인정받아 지역 민간협회가 비상대책반에게 수여한 것이고, 상금 중 200만원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코로나19 검사 실험실 입구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코로나 실험 중’이라는 알림판이 긴장감을 더해 줬다. 실험실로 향하는 복도에는 시료 운반용 아이스박스, 실험용 냉장고, 안전 보호구 등 실험 관련 물품이 쌓여 있었다. 실험실 공간이 부족해 복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복도 한편에는 실험용 가운을 입은 비상검사대책반원들이 접수된 검체 명단을 확인하며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에 검체 정보를 입력하고 있었다. 컴퓨터 옆 큰 알림판에는 어제 하루 2000여건의 검체 접수 상황이 빼곡히 적혀 있었고 직원 3명은 시·군에서 도착한 수많은 검체와 명단을 대조하고 있었다.
검체를 접수하고 있던 직원은 “오늘은 많이 양호해졌다. 어제까지는 하루 2000여 건이 접수돼 검체에 일일이 일련번호가 기입된 스티커를 붙이고 검체 하나하나의 명단을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며 숫자가 인쇄돼 있는 동그란 일련번호 스티커를 바이러스 검체 수송배지(VTM) 뚜껑에 붙였다.
실험 상황을 보기 위해 실험 안전복을 입고 코로나19 실험실로 들어갔다.
3명의 검사자가 수북히 쌓인 검체를 정리해 희석하고 있었고, 2명은 생물안전작업대(BSC)에서 반응액을 만들고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은 바이러스 유전자 추출기기를 작동하고 있었다. 검사자 모두가 긴장한 가운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실험실 비상검사반원은 “하루에 수 천 건이나 되는 각각의 검체를 대상으로 유전자 추출, 반응액 조제, 유전자 증폭 작업을 수차례 반복하는 것도 힘들지만 특히 늦은 밤 정밀 실험 후에는 정신이 몽롱해진다”며 “1년 넘게 코로나19 검사를 하면서 많이 지쳤지만 사명감으로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구원에서는 확진자 접촉자나 격리해지 대상자 등 긴급 시료를 중심으로 총 4만3857건의 코로나19 검사를 수행했고, 올해부터는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량검사 체제로 전환해 1월부터 3월 31일 현재 6만3557건을 검사해 벌써 작년 검사 건수를 초과했다.
지난 3월에는 경기·충청지역 산업체의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 코로나19가 집단 유행함에 따라 비상대책반에서는 도내 5인 이상 고용 사업장 883개소 외국인근로자 1만3034명에 대한 검사를 수행했다. 이 검사로 11명의 양성자를 찾아내 지역에서 코로나19 유행을 선제적으로 차단한 것은 대단한 자부심이다.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의 확대, 방역 수칙 준수 여부 등의 여러 가지 영향으로 검사 건수의 변화는 있겠지만 올 한해 연구원에서의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20만 건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백하주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장은 “이번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우리 연구원의 검사 분야 대응의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향후 대규모 감염병 발생 시 유행 확산의 선제적 차단을 위해 대량 시료 검사를 위한 검사 분야 전자동화시스템 구축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천=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