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부터 내차 뒤쫓은 남자, 경찰은 해줄 게 없대요” [영상]

입력 2021-04-01 10:25 수정 2021-04-01 11:16
A씨를 따라오던 차량이 무리하게 다른 차량 사이에 끼어들며 쫓아오는 모습. 블박맛집 유튜브 채널 캡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처음 마주친 남성이 차로 수십 ㎞를 뒤쫓아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피해가 없었다며 귀가 조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속도로에서 스토킹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한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30대 여성으로 알려진 작성자 A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6시 전북 순창 광주대구고속도로 강천산 휴게소 화장실을 다녀온 뒤 30대 남성이 탄 차 한 대가 뒤따라 붙는 걸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그 차는 A씨가 화장실에서 나온 뒤 계속 기다리고 있었고, A씨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으니 경적을 울리기까지 했다. 이상한 기분이 든 A씨는 남편과 통화를 하며 차로 돌아왔고, 남성은 차를 후진하며 A씨의 차량 앞을 가로막았다.

놀란 A씨는 급히 출발해 휴게소를 떠났지만 남성은 이후 1시간 넘게 수십 ㎞를 차량으로 뒤쫓아 왔다.

A씨가 올린 블랙박스 영상에는 당시의 긴박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차선을 바꾸는 A씨를 쫓아가느라 다른 차량 사이에 위험천만하게 차선을 변경하는 모습 등 A씨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안감을 느낀 A씨는 광주 서구 파출소로 향했고, 이 남성은 휴게소부터 파출소까지 약 50㎞를 쫓아갔다.

A씨는 파출소에서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경찰은 남성의 신원을 조회했다.

A씨가 차에 타자, 남성은 차량을 후진하며 A씨를 쳐다봤다. 블박맛집 유튜브 채널 캡처

파출소에 주차를 하는 A씨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남성. 블박맛집 유튜브 채널 캡처

그때까지도 A씨의 뒤를 따르던 이 남성은 파출소 건너편에 차를 세웠다.

A씨는 “일부러 길을 돌고 돌아서 파출소로 찾아갔는데 파출소 오는 길까지 똑같이 쫓아왔다”며 “아무리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라고 해도 이런 동선까지 같을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경찰관이 이 남성에게 다가가 신분증 등을 요구했지만 이 남성은 “가는 길이 겹쳤을 뿐 따라간 적 없다”고 언성을 높이며 신분증 제시를 거부했다.

경찰은 남성이 A씨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지 않았다며 귀가 조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남성의 비상식적인 행위가 찍혀 있는 A씨 차량 블랙박스는 확인하지 않았다.

A씨는 “블랙박스 영상을 제시했지만 경찰은 당장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며 진정서를 내거나 고소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홀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112에 바로 신고를 하지 않았던 건 쫓아오는 차량의 차종과 차 번호를 모르는 상태였고, 신고 후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두려웠다”며 “파출소에 가면 경찰이 알아서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며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112에 신고하라고 안내받았는데 파출소에 신고하면 112랑 똑같은 신고 효력이 발생할 줄 알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신고자의 안전을 생각해 다음에 또 그런 일이 있을 경우 112에 신고하면 더 신속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해준 것”이라며 “지목된 남성이 신고된 내용에 크게 반발하고 있었고 강제로 조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우선 A씨와 분리 조치를 하기 위해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돌려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A씨가 블랙박스가 있다고 얘기하지 않아 영상은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A씨의 요청이 있었다면 집까지 동행하거나 주변 순찰을 강화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되자 광주 서부경찰서는 자체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로 했다.(영상은 일부 포털사이트에서 재생되지 않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