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와 인연을 끊으려고 받은 감독상은 다 버렸었습니다”
전주 KCC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올려놓은 사령탑 전창진 감독은 스스로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 시절 무혐의로 결론 난 승부 조작 논란으로 프로농구에 4년 동안 발을 들이지 못하면서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KCC에서 전 감독은 다시 리그 한가운데 우뚝 서서 ‘왕조’를 꿈꾸고 있다.
전 감독은 3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농구를 다시 할 수 없을 거로 생각해서 인연을 끊으려고 했다”며 “감독상도 다 버리고 농구를 하면서 받은 상은 다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 아쉬움이 생겼다. 가끔은 잠실체육관에 찾아가서 구경도 했다”며 지난 아픔을 회고했다. 그는 KBL 감독상을 5차례나 받으면서 유재학 감독과 나란히 최다 수상자에 이름을 올린 명장이었다.
그랬던 그에게 손을 내밀은 KCC에서 지난 2019-2020시즌 사령탑에 오른 뒤 2년 만에 프로농구를 다시 제패했다. 전 감독은 “KCC에서 기회를 줘서 ‘나한테 이런 행운이 찾아오는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꼭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남자 프로농구(KBL) 사상 최초로 3개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감독이 됐다. 원주 DB의 전신인 TG삼보·동부에서 3번, 부산 KT에서 1번, 그리고 KCC에서까지다. 그는 “삼보시절에는 제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다 보니 ‘김주성 빨’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책임감을 완수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며 “KT에서는 ‘꼴찌’팀을 특별한 선수 없이 우승으로 올려놔서 그때 감독으로서 인정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4년간의 공백에도 전 감독의 훈련 철학만은 바뀌지 않았다. 전 감독은 “처음 감독을 할 때는 제가 전권을 휘둘렀지만, 지금은 세월이 흘러 강하게만은 할 수 없더라. 예전보다 훈련량이 줄었고 선수가 원하는 운동을 하는 분위기였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팀의 훈련량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전 감독은 “시즌 시작 전 여름에 훈련 강도가 높았는데, 선수들에게 훈련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니까 따라와 줬다”고 말했다. KCC 관계자도 “전 감독의 훈련량은 워낙 유명하다”며 “A매치 휴식기에도 다른 구단이 4일 쉴 때 단 이틀만 쉬면서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복귀 후 두 시즌 만에 ‘1위’ 타이틀을 따낸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이런 영광은 다 선수들이 만들어준 내용이다”라며 “(이)정현이가 선수단과의 다리 역할을 하면서 강도 높은 훈련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도와줬다. 특히 여름 훈련을 정말 잘해줬다”고 말했다. KCC는 이런 훈련 덕분에 5년 전 시즌 우승 때의 구단 최다 기록인 12연승을 이번 시즌 다시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시즌 개막 직전 미디어데이에서 10구단 감독들이 뽑은 우승 후보 중에 KCC는 없었었다.
이번 시즌 최우수선수(MVP) 유력한 후보인 송교창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전 감독은 “냉정하게 보면 허훈(KT)은 공을 많이 가지고 노는 선수고 역할이 많고 화려하지만, 교창이는 볼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 비교가 불가하다”며 “그 시간에도 임팩트 있는 득점을 해주면서도 리바운드 걱정도 해소해줬다. 그게 꼭 보답이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남은 4경기, 플레이오프를 위한 선수단 컨디션 관리에 관한 질문에 전 감독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제가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는 사람이라 구단과 상의를 해야 할 문제다”고 운을 띄었다. 그러면서 “전주 팬들은 후보 선수와 2군 선수도 뛰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승부조작에 관한) 또 다른 말이 나올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크게 변화를 두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