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의 전설적 선수 박신자(80) 선생이 국제농구연맹(FIBA)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아시아계 여자농구 선수로서는 유일한 사례다.
FIBA는 30일(현지시간) 포함해 2020년도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로 박 선생을 포함한 선수 부문 9명, 지도자 부문 3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예정되어 있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미룬 발표다.
FIBA 명예의 전당은 2007년부터 매년 선수와 지도자, 심판, 공로자 부문에서 헌액 대상자를 선발한다. 기존 선수 부문 헌액자는 64명이다. 2021년 헌액 대상자는 1일 발표해 2020년 대상자들과 함께 6월에 헌액 행사를 연다.
박 선생은 1967년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에서 열린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 한국이 소련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독보적인 기량 덕에 우승팀이 아닌데도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그는 현역 시절인 1959년부터 1967년까지 상업은행 소속으로 뛰었다. 1963년 제4회 페루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대회 ‘베스트 5’에 선정됐다. 명실공히 세계 농구계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센터였다.
선수 은퇴 뒤에는 1982년 신용보증기금 창단 감독을 맡아 한국에 돌아오면서 국내 실업·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사상 첫 여성 감독이 됐다. 1983년에는 여성으로서는 처음 여자 청소년 대표팀 감독에 발탁됐다. 이후에도 여자농구협회 이사를 역임했고 국민훈장 석류장 등을 받았다.
박 선생은 1999년 미국 테네시주에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이 개관할 당시에도 아시아계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그의 이름을 딴 ‘박신자컵’을 2015년부터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미 남자프로농구 NBA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날린 스티브 내시 현 브루클린 네츠 감독은 헌액 대상자 명단에 캐나다인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계로는 박 선생 이외 일본 남자농구 선구자로 불리는 사코 켄이치 현 일본 농구 남자대표팀 감독이 선정됐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