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무용수 김기민(29·마린스키 발레단)의 내한 공연이 결국 무산됐다. 다음 달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무대에 설 계획이었으나 2주 자가격리 면제를 받지 못했다.
국립발레단은 “코로나19로 두 무용수의 자가격리가 불가피하게 돼 공연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며 31일 김기민 캐스팅 취소 소식을 전했다. 앞서 국립발레단은 김기민과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 올가 스미르노바(30)를 ‘라 바야데르’ 남녀 주인공으로 초청한다고 공식 발표했었다. 이번 ‘라 바야데르’는 2018년 11월 ‘돈키호테’ 이후 약 2년 반만에 김기민이 국내 무대에 서는 공연이라 국내 팬들의 기대가 컸다.
무용수가 전막 발레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참여하지 못한 채 2주간 자가격리한 후 곧장 무대에 오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초 보건당국에서 자가격리 면제 불가능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져 내한 무산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기민과 올가 스미르노바가 오르기로 예정됐던 공연은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신승원과 허서명(4월 29일)과 김리회와 박종석(5월 1일)이 대신한다.
김기민은 2011년 마린스키 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발레리노로 입단해 2015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2016년 무용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도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예정됐지만 코로나19로 무산돼 팬들의 아쉬움이 더 크다. 캐스팅 변경 회차에 한해 취소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한다.
2016년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으로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한 네 명의 남녀 주인공의 사랑과 배신, 욕망을 그린 발레계의 블록버스터다. 120여명의 무용수, 200여벌의 다채로운 의상, 고난도 테크닉과 다양한 캐릭터 등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하며 특히 3막 ‘쉐이드’ 장면의 32명 발레리나의 군무는 발레블랑(백색발레)의 백미로 꼽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