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직전 전셋값 인상’ 고발된 김상조 경찰 수사

입력 2021-03-31 11:25 수정 2021-03-31 14:33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퇴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대차 3법’ 시행 전 두 자릿수 인상률로 강남 아파트 전셋값을 올렸다가 경질된 김상조 청와대 전 정책실장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는 31일 “어제(30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김 전 실장 관련 고발사건이 접수됐다”며 “서울청에 사건을 넘겼고, 직접 수사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보통 고발사건이 접수되면 자동적으로 입건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다. 사건 배당이 완료되면 경찰은 고발인 조사 등을 진행한 후 김 전 실장의 소환조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전셋값 보증금 인상 상한을 5%로 두는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이틀 전에 임차인과 전세 계약 갱신을 하면서 전셋값을 8억5000만원에서 9억7000만원(14.1%)으로 올렸다. 이런 사실이 최근 재산공개를 통해 드러나면서 ‘내로남불’ 논란이 일었다.

김 전 실장은 “목돈이 필요해 전셋값을 올렸다”고 해명했지만, 예금 14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판 여론이 더 커졌다. 결국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정책실장직을 사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즉시 수리해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후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전날 김 전 실장과 배우자를 부패방지권익위법상 업무상 비밀 이용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사준모는 고발장을 통해 “임대차 3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바로 다음 날 시행되는 등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박하게 추진돼 청와대 내부에서도 업무상 비밀에 해당했을 여지가 매우 크다”며 “김 전 실장은 계약 당시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임대차 3법이 신속히 통과돼 시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김 전 실장은 이런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계약 체결 이전부터 임차인과 전셋값에 대해 협의를 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업무상 비밀이용죄로 김 전 실장을 처벌해 달라”고 주장했다.

다만 특수본 관계자는 “경찰이 기존에 수사했던 부동산 투기 혐의와 김 전 실장의 의혹을 같은 성격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특수본 측은 총 556건(30일 기준)의 부동산투기 신고를 접수했다고 전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투기 대응 정책을 발표하고 검경의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신고가 좀 늘어났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