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불법 우회전을 하다가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60대 화물차 운전기사가 검찰에 넘겨졌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 혐의로 구속한 60대 화물차 운전기사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이달 18일 오후 1시 50분쯤 인천시 중구 신흥동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던 초등생 B양(10)을 25t 화물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미리 도로 우측 가장자리를 서행하면서 우회전을 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 규정을 어기고 편도 3차로 중 직진 차로인 2차로에서 불법 우회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교통공단 정밀 분석 결과에서는 A씨가 제한 속도나 신호를 위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현장은 통상 차량 운행 제한 속도가 시속 30㎞인 스쿨존과 달리 시속 50㎞였다. 스쿨존의 차량 제한 속도는 반드시 시속 30㎞는 아니며 차량 흐름을 고려해 경찰이 결정한다.
인천경찰청은 사고 재발을 우려한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를 열어 사고 12일 만인 이날 해당 스쿨존의 운행 제한 속도를 시속 30㎞로 낮추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심의위에서 관련 공문이 시행됐다”며 “이후 운전자가 바뀐 운행 제한 속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노면 표시와 표지판을 바꾸는 작업을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인 점을 고려해 A씨에게 이른바 ‘민식이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사망 당시 9세)군의 이름을 따 개정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A씨는 경찰에서 “사고가 나기 전 아이를 못봤다”고 진술했다.
사고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쿨존에 트럭 다니게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초등생으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트럭에 치여 숨진 아이는 제 동생의 친구”라며 “스쿨존에 화물차가 다니지 않도록 제발 한 번씩 동의해달라”고 썼다.
한편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시장은 같은 글에서 “지난 목요일 중구 신광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불법 우회전 차량에 소중한 아이를 잃었습니다. 오늘도 평범하게 등교했어야 할 아이의 부재가, 부모님과 친구들이 느끼고 있을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의 깊이가 가슴에 사무칩니다. 가해 운전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그에 합당한 처벌과는 별개로,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재발방지대책이 시급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광초등학교는 수인사거리와 신광사거리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평상시에도 차량 통행이 잦은 지역입니다. 시에서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육교 건설뿐만 아니라 운전자 시야를 가리는 전신주‧자전거보관소 이설, 교통법규 위반 차량 단속을 위한 CCTV 확충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할 수 있는 모든 안전조치를 강구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시와 중구, 경찰청, 교육청 등 모든 유관기관 함께 모여 TF회의를 개최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될 예정인 만큼 경찰청에만 맡겨두지 않고 시 주도로 책임감 있게 문제를 해결해 가겠습니다. 신광초등학교에만 한정하지 않고 인천 관내 스쿨존에 대한 교통안전을 진단하고 대대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허망하게 우리 아이들을 잃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