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내달 3일 중국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나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와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입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동북아 순방 내내 중국을 비판한 직후라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4월 말에는 미국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여는 일정이 조율되는 등 미·중의 한국 끌어당기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31일 “정 장관이 왕 부장의 초청으로 4월 2~3일 중국 푸젠성 샤먼을 실무 방문해 3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 장관의 중국 방문은 2017년 11월 이후 3년여 만이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장관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중국을 택한 정 장관은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왕 부장과 한반도 정세를 비중 있게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긴장도가 높아진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있어 중국의 건설적 참여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탄도미사일 발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진 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입장도 안건으로 오를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중 관계에서 우리의 입장과 관련한 상호 (의견)교환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반중 협의체 쿼드에 대한 양국의 견해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의 쿼드 참여를 희망하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 해제에도 진전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양측은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간 미래 발전을 꾀하기로 했고, 이에 대한 후속 협의의 일환으로 문화 콘텐츠에 관한 실질적 논의가 있을 것으로 외교부는 기대했다.
민감한 시기에 중국을 찾는 정 장관의 방문일정을 두고 일각에선 한·미동맹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블링컨 장관이 동북아 순방 내내 중국 인권 문제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지만 한·미 외교·국방장관회담(2+2) 공동성명 및 기자회견에서 한국 장관들은 이를 언급하지 않는 등 중국이 벌어진 한·미 사이를 파고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 2월 한·중 외교장관 간 통화에서 중국 측으로부터 장관 초청을 받았고, 상호 편한 시간을 조율하다 보니 이 시기에 방중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이 중국 방문을 마친 뒤 곧바로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4월 말 미 워싱턴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여는 방안이 조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중국에 대한 한·미·일 3국의 대응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격화할수록 양측의 이런 한국 끌어당기기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