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이제 한 경기만 더 지면 봄배구 일정을 마감한다. 1·2차전에서 GS칼텍스에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며 완패한 결과를 되풀이하지 않고 홈에서 일격을 날리려면 무엇보다 첫 세트 분위기가 중요할 전망이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릴 흥국생명과의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이전까지는 홈 2경기였고 어웨이는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첫 세트 초반 분위기를 잘 잡는 게 경기 전반의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조건”이라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지난 챔피언결정전 2경기에서 예상보다도 더 강한 경기력으로 흥국생명을 초토화시켰다. 두 경기에서 모두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대 0으로 승리했다. 특히 레프트 이소영과 강소휘, 라이트 러츠를 앞세운 날개 공격력에서 흥국생명을 확실히 압도했다. 이날 1승을 더해 우승을 차지한다면 2007-2008시즌, 2013-2014시즌에 이은 통산 세 번째 우승은 물론, 지난해 9월 제천·KOVO(한국배구연맹)컵 우승과 정규리그 1위를 합쳐 여자프로배구 최초 ‘3관왕’도 달성한다.
차상현 감독은 “패턴플레이에서는 크게 달라질 것 없다”면서도 “흥국 입장에서 홈에서 하다보면 응원도 많이 받을 수 있고, ‘이렇게는 끝내지 않겠다’는 자존심으로 기세도 오를 수 있어 초반에 잘 버텨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첫 세트의 중요성을 강조한 건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박미희 감독은 두 경기에서 한 세트도 이기지 못해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부담은 없지만 챔프전은 리그의 꽃”이라며 “좋은 경기해서 세트를 이겨야 경기를 이길 수 있기에 첫 세트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지난 2차전 경기 1, 2세트 모두 초반에 많은 실점을 허용하면서 세트 중반에 김연경 등이 힘을 내 점수 간격을 좁혔음에도 결국 세트 승기를 뒤집지 못했다. 박미희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초반 분위기가 좋으면 치고 나갈 수 있는데 지난 경기에선 역전 기회가 오는 데도 불구하고 이미 점수를 잃어 뒤집기 힘들었다”면서 “이번 경기에선 초반에 치고받고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발 라인업의 변화는 없다. 단기전인 까닭에 1·2차전에 확실한 열세를 보였음에도 ‘치고 받기’ 위한 극약처방을 강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박미희 감독은 “변화를 뭘 줄 수 있을까.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치가 있다”며 “10을 원하는 건 아니고 8이 최대라고 한다면 7까지는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미희 감독이 바라는 건 홈경기에서 받을 수 있는 ‘좋은 기운’과 선수들의 ‘의지’다. 그는 “홈 코트가 익숙하다. 관중들이 우리 편이란 생각도 있다. 체력적인 부분 등 어려움이 있지만 새로운 기운을 받아서 열심히 할 생각”이라며 “2승한 팀보다는 당연히 분위기가 안 좋겠지만, 의지가 더 강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3차전 첫 세트를 따내면서 GS칼텍스의 무실세트 ‘스윕’ 우승을 저지할 수 있을까. 이제 1경기 남았다.
인천=글·사진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