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거듭 “‘설강화’ 민주화 운동 다루는 드라마 아냐”

입력 2021-03-30 18:23
설강화 주연 정해인, 지수 인스타그램 캡처.

JTBC가 자사 방영 예정 드라마 ‘설강화’를 둘러싼 민주화운동 왜곡 논란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는 공식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30일 JTBC 측은 “JTBC는 ‘설강화’에 대한 입장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억측과 비난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재차 입장을 전한다”면서 “현재의 논란은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 물론 이는 정제되지 않은 자료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제작진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설강화’ 내용 일부를 공개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구했다.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과 관련해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80년대 군부정권 하에 간첩으로 몰려 부당하게 탄압받았던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했다.

또 “‘설강화’의 극 중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1987년 대선 정국이다. 군부정권, 안기부 등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 독재 정권과 야합해 음모를 벌인다는 가상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며 “이런 배경 하에 남파 공작원과 그를 쫓는 안기부 요원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고 덧붙였다.

각 캐릭터는 각각 속한 정부나 조직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라 정권 재창출을 위한 부정한 권력욕, 이에 적극 호응하는 안기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부각시키는 캐릭터들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제작진은 “그러므로 간첩 활동이나 안기부가 미화된다는 지적도 ‘설강화’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JTBC 제공.

JTBC는 “(인물 소개에서) 안기부 요원을 ‘대쪽 같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가 힘 있는 국내파트 발령도 마다하고 ‘간첩을 잡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동료들에게 환멸을 느낀 뒤 근무한 안기부 블랙 요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인물은 부패한 조직에 등을 돌리고 끝까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원칙주의자로 묘사된다”고 했다.

다만 극 중 지수가 연기하는 ‘영초’ 캐릭터에 대해서는 “극 중 캐릭터의 이름 설정은 천영초 선생님과 무관하다. 하지만 선생님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관련 여주인공 이름은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위 내용을 토대로 이 시간 이후부터는 미방영 드라마에 대한 허위사실을 기정사실인 양 포장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자제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수많은 창작자들을 위축시키고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해주시면 한다. JTBC는 완성된 드라마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설강화’는 ‘SKY캐슬’ 제작진과 배우 정해인, 블랙핑크 지수, 유인나, 장승조, 윤세아, 김혜윤 등의 배우가 만나 화제가 됐다.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 준 여대생 ‘영초’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설강화’의 시놉시스 내용 일부가 공유되면서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누리꾼들은 ‘남파간첩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다’ ‘학생운동을 선도했던 특정 인물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안기부를 미화한다’ 등의 추측을 이어갔다.

이에 JTBC 측이 발 빠르게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드라마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설강화 촬영을 중지시켜달라는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6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 등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JTBC는 해명에도 좀처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시청자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이와 같은 재입장문을 공개한 것으로 추측된다.

송다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