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女장관, 성폭행 피해자에게 “거짓말쟁이 암소” 모욕

입력 2021-03-31 00:02 수정 2021-03-31 00:02
호주에서 정부 고위직의 잇따른 성폭행 의혹이 발생하면서 전국에서 성차별, 여성 혐오, 직장 내 괴롭힘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P뉴시스

호주에서 성폭행 관련 사태로 법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동시에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호주 정치권에서 연이어 터져 나온 성폭행 의혹으로 크리스천 포터 법무장관과 린다 레이놀즈 국방장관이 동시 해임됐다.

보도에 따르면 포터 법무장관은 33년 전 17세 나이에 16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여성이 포터 장관을 고소해 수사가 시작됐지만 지난해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이에 포터 장관은 혐의를 부인하며, 해당 사실을 보도한 호주 ABC방송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놀즈 국방장관은 동료 직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장관실 여직원에게 “거짓말하는 암소”라고 조롱해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동시 해임된 크리스천 포터 법무장관(왼쪽)과 린다 레이놀즈 국방장관. AP뉴시스

두 장관의 해임을 결정한 스콧 모리슨 총리 역시 부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에 분노한 여성들이 포터 장관의 성폭행 사건을 엄밀히 조사해 달라는 시위를 벌이자 그는 “미얀마 같으면 총을 맞았을 텐데 저렇게 시위할 수 있는 여성들은 운이 좋은 것”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의사당에서는 ‘의회 섹스 스캔들’이 일기도 했다. 여당 의원 보좌진이 의원 집무실 책상에서 성관계를 하는 영상이 돌고, 일부 여권 인사들이 의사당 기도실에서 성관계를 했다는 폭로가 제기되면서 파문은 커져 갔다.

이런 상황이 연속되자 이달 중순 호주 각지에서는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결국 모리슨 총리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한 후 이날 두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모리슨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호주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이유로 비판 받고 있음을 잘 안다”며 “시위대를 향한 발언은 의도와 달리 부적절했다”고 사과했다.

또한 모리슨 총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성 담당 장관직을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9일 “여성 담당 장관은 오직 여성 관련 의제를 수행하는 ‘여성들의 총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