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체종결 가능해진 경찰, 공수처 이첩사건은 전건송치?

입력 2021-03-30 18:05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마련한 사건사무규칙 안(案)에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 가운데 대법원장,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전속적 관할권’을 갖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경찰이 이들 공직자·가족의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하더라도, 영장 청구나 수사 후 사건 송치 과정에는 공수처의 지휘를 받는다는 새로운 규정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그간 “공수처가 사건의 ‘가르마’를 타 주는 곳”이라며 공수처의 1차적·최종적 역할을 역설해 왔다.

다만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했을 때에도 공수처의 지휘·관여 권한이 있는지는 향후 검·경·공 협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관계기관 틈에서는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한 경우에 영장 지휘나 송치 요구를 하려면 법상 명문화된 근거가 있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경찰로 하여금 기소든 불기소든 입건한 모든 사건을 송치토록 한 공수처의 ‘전건송치’ 주문이 대표적이다.

올해부터 경찰은 일부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게 됐고, 검·경 사이의 ‘전건송치주의’는 깨진 상태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형사소송법이 시행된 데 따른 변화다. 경찰의 검찰에 대한 전건송치 의무가 사라진 상황에서 공수처가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규칙이 아니라 법률 조항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된 사항인데 법 규정이 없이 규칙으로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이 필요 시 공수처를 통해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공수처와 검찰 간에 이견이 예상된다. 공수처는 경찰이 판·검사 등 범죄 수사 과정에서 발부를 원하는 체포·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 통신제한조치허가서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제출요청 허가서 등 모든 종류의 영장을 수사처검사가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수처의 손을 떠나 경찰로 이첩된 사건이라면 검사의 지휘를 받을 것인지 수사처검사의 지휘를 받을 것인지 논의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공수처법을 합헌 결정하면서 수사처검사에게도 영장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공수처가 직접 수사를 할 때의 영장 청구권을 말한 것일 뿐 경찰에 대한 영장 지휘는 또 다른 문제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 문제의 최종적 수사기관이라는 입법 취지가 소중하지만,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전국 모든 판·검사 비리가 과천 공수처의 영장 청구를 거쳐 서울중앙지법의 재판으로 다뤄진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피의자 호송 등을 놓고 수사 대상자의 인권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관계 기관은 공수처가 일부 제시한 사건사무규칙 안에 대해 최근까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이첩 사건의 처리 방안 이외에도 의견 수렴이 이뤄진 내용이 있었다.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 안에서 고소·고발 사건을 포함해 공수처가 수사권을 갖는 사건 일체를 ‘인지통보 대상사건’으로 규정했다. 고소·고발 시점을 검·경의 고위공직자 범죄 인지 단계로 보고 고소·고발장, 수사의뢰서를 즉시 공수처에 제출토록 한 것이다. 이는 공수처가 해당 범죄에 대한 타 수사기관의 수사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현수 이경원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