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범죄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을 때 경찰이 수사 후 ‘전건 송치’토록 하는 내용의 사건사무규칙 안(案)을 마련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공수처는 경찰이 판·검사 등을 수사하며 영장을 신청할 때에도 검사가 아닌 공수처 소속 검사(수사처검사)를 통하도록 하는 내용을 사건사무규칙 안에 담았다. 공수처가 사법경찰관에게 이첩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공수처는 이러한 사건사무규칙안 일부를 최근 관계 기관에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공수처가 공소제기·유지 권한을 갖는 판·검사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송치, 영장 청구 등 그간 검찰이 맡던 역할을 공수처가 수행한다는 구상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전속적 관할권을 가진다”고 했다.
다만 공수처에 ‘이첩 이후 사건 관여 권한’이 있는지, 다른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 근거가 있는지 등을 놓고 검·경·공 사이에 이견이 있는 실정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지 않고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면 이후 사건 처리는 검·경의 일반적인 관계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사건은 관할 검찰청으로 사건이 송치돼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영장 청구도 검사를 통해야 옳다는 주장이다.
공수처가 경찰의 판·검사 등에 대한 영장 신청을 전담한다는 방안에 대해 실무적 의문점들이 거론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고위공직자는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의 영장 청구를 거쳐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영장이 발부되면 다시 제주 경찰로 호송되느냐는 것이다.
올해부터 일부 사건을 자체 종결 중인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후 허물어진 ‘전건 송치주의’의 부활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에서는 의견을 적극 개진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검·경·공 3자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각 기관이 공식적인 입장은 표명하지 않기로 협의했다”며 말을 아꼈다.
이경원 정현수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