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연일 “통렬한 반성” 등 자성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통해 이탈한 중도층 민심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한 차원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와 달리 야당에게 책임을 돌리는 목소리를 계속 내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도 이들을 향한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30일 서울 정릉시장 유세에서 “요새 부동산 때문에 시민 여러분 화나고 속상하신 것 잘 안다”며 고개를 숙였다. 얼마전엔 “통렬한 반성을 한다”고 했다. LH 사태에 대해서도 “미리 단속하지 못했을까, 굉장히 후회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반성도 나왔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광역단체장들의 성희롱 문제들에 솔직하지도 않았고 담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았다”며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별 의원들은 지도부의 사과와는 결이 다른 메시지를 내놓으며 사과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김경협 의원은 전날 “임대차 3법이 통과되기 직전에 임대료를 대폭 올렸다면 법 탓인가, 아니면 법안통과가 늦어졌기 때문인가”라며 “임대차 3법을 반대하던 자들은 문제의 본질을 교묘하게 왜곡한다”며 ‘전셋값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옹호했다. 그는 “(김 전 실장이 아니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임대료가 급등한 이유는 임대차 3법 탓’이라고 말한 것을 반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선거유세 과정에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이 터져나왔다. 윤준병 의원은 “2011년 보궐선거를 자초한 장본인이 오 후보”라며 “본인은 보선 자체를 자초한 장본인이면서도 이번 보선에 문제를 제기했다. 물론 우리가 잘못한 내용도 많다. 그러나 보선을 자초한 장본인이 더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설훈 의원은 지난 26일 민주화운동 이력을 가진 이들을 유공자로 지정해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취업 혜택 등을 주는 내용의 ‘민주유공자예우법’이 운동권 특혜 논란을 빚자 결국 법안을 철회했다. 부동산 불공정 문제로 당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공정의 가치를 흔들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나왔다.
‘피해호소인’ 논란으로 박영선 캠프 대변인직에서 물러난 고민정 의원은 유세 중 눈물을 흘리는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런 감성적 메시지는 오히려 비판적 시각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인터뷰 등을 통해 연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판해 여당에 오히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당 지도부와 개별 의원 간 엇박자의 원인으로는 ‘리더십 부재’가 첫 손에 꼽힌다. 이해찬 전 대표 당시 지도부는 당내 기강을 잡고 ‘원팀’ 기조를 유지했었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이 전 대표의 경우 억누른다는 말도 있었지만, 최소한 당이 한 목소리를 내는데 역할을 했다”며 “결국 리더십의 부재”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강성지지층만 바라보며 민심에 둔감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에게 유리한 지지층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진 건 사실”이라며 “문제는 그렇게 하다 보면 민심이 왜 분노하는지 읽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