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상장을 예고한 마켓컬리가 현재 수도권 지역에서만 가능한 새벽배송 지역을 올해 상반기 안에 수도권 밖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2월 김포에 국내 최대 규모의 신선물류센터를 오픈하면서 그간 수도권 동남쪽에 치우쳐있던 물류도 서북부 지역까지 넓혔다. 새벽배송 권역을 점차 늘려 고객을 확대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30일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단순히 유저만 늘리는 게 아니라 기존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며 “이번 김포 센터 개장과 함께 고객 확대를 목표로 올해 상반기 중 새벽배송 권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9년에 김포 센터 준비를 시작할 때만 해도 가입자가 현재 700만명의 절반도 안됐지만 회사의 성장 속도를 봤을 때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켓컬리 유저가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라 본다”고 김포 센터를 오픈한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마켓컬리는 2015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매년 2배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마켓컬리의 매출액은 9523억원으로 2019년(4289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누적 회원수는 지난해 3월 기준 750만명을 기록했다. 마켓컬리는 수도권과 가까운 인구밀집지역부터 차근차근 새벽배송 권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역은 밝히지 않았지만 세종과 대전 등이 거론된다.
최근 운영을 시작한 김포 센터는 총 2만5000여평 크기로 서울 장지 물류센터 등 기존에 운영해오던 4곳의 물류센터를 모두 합한 면적의 1.3배에 달한다. 김포 센터는 냉동, 냉장, 상온센터를 모두 갖췄고 LG CNS와 함께 구축한 자동화 시스템 QPS(Quick Picking System)도 도입돼있다. QPS를 통하면 상품 분류 담당자가 한 자리에서 거의 이동을 하지 않고도 시스템 지시에 따라 상품을 분류하고 상자에 담아 포장작업까지 이어갈 수 있다. 장지 등 기존 물류센터에서는 근무자가 움직이며 물건을 상자에 담고 이를 모아 패킹 장소로 이동해야 해 이동 동선이 길었다.
김 대표는 “작업 동선을 최소화해 근무자의 피로도를 줄이고 같은 주문량을 처리할 때 장지 센터 대비 인력의 20%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포 센터에서는 일평균 22만 상자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마켓컬리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물량도 44만 박스로 2배가 늘었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마켓컬리 상장을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상장과 관련한 질문에는 “상장에 앞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대답을 아꼈지만 마켓컬리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김 대표는 “현재 식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아무리 많이 봐도 20%가 안 되지만 그 비율이 언젠가는 60~70%까지 따라잡을 것”이라며 “소매시장에서 식품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여기서 충분한 사업 기회가 나올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선 “고려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유통은 로컬 비즈니스다. 아마존만 해도 미국에서의 매출이 70%를 넘기 때문에 국내 시장 규모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마켓컬리는 커지는 매출규모에 따라 적자규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마켓컬리는 11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보다 적자규모가 150억원 늘었다. 매출 대비 적자의 비중이 줄곤 있지만 적자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수익성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계속 성장한다면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라 본다. 과거의 실적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