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점검] 여당은 계속 ‘특혜분양’ 주장…박형준 “개인정보” 공개안해

입력 2021-03-30 16:53 수정 2021-03-30 20:03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공격 포인트는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엘시티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이다. 박 후보는 재혼한 아내의 두 자녀가 부산 해운대의 고가 아파트 엘시티 분양권을 매입한 것에 대해 “불법이나 특혜는 없었다”면서 “저와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완전히 독립된 가정”이라고 강조해왔다.

국민일보가 30일 박 후보자와 아내 조씨의 부동산 및 법인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재혼한 아내와 두 자녀는 오랜기간 법인을 같이 운영하거나 부동산을 공동으로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는 사생활을 이유로 두 자녀의 재산 문제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엘시티 분양 과정 등 두 자녀가 아내와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는만큼 박 후보자가 사실관계를 보다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는 자녀들의 엘시티 매입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본질과는 동떨어진 사안이라며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두 자녀는 박 후보의 재산공개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박 후보의 법적 자녀가 아닌 신분으로 독립적 가정을 가지고 있어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아내와 두 자녀는 사실상 '경제공동체'


박 후보자와 1999년 무렵 재혼한 아내 조모(66)씨는 부산에서 오랜기간 화랑을 운영해왔다. 아내 조씨가 운영하던 화랑은 현재 아들 최모(40)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데, 최씨는 화랑 법인 명의로 고가의 빌라를 전세로 얻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딸 최모(42)씨 또한 조씨의 동업자 박모(64)씨의 건물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한 이력이 있다. 사위 이모(42)씨와 아들 최씨는 과거 공동명의로 건물을 매입하는 등 사실상 ‘경제 공동체’로 볼 수 있는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아들 최씨는 2016년 조씨가 운영하던 화랑의 사내이사로 취임한 뒤 현재는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최씨의 아내는 이 화랑 법인의 감사다. 조씨와 동업자 박씨가 공동소유하고 있던 화랑 건물은 모두 화랑 법인이 사들였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길에 위치한 화랑 건물에 주소지를 두고 있던 최씨는 지난해 10월 인근의 고가 빌라로 주소지를 옮겼다. 현재 아들 최씨가 거주하는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조회한 결과, 화랑 법인 명의로 전세금 10억원에 2년간 전세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랑 맞은편 건물에 차려진 카페도 아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딸 최씨도 과거 카페 운영에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딸 최씨는 화랑 인근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한 이력이 있는데, 이 스튜디오의 등기부등본상 대표이사 자리는 조씨에서 며느리 주씨를 거쳐 딸 최씨로 이어진다. 2009년에는 아들 최씨와 1979년생 사위 이씨가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한 건물을 2억5000만원에 공동명의로 매입한 이력도 드러났다. 아들 최씨는 당시 28세, 사위 이씨는 당시 30세였다. 그리고 이 건물에는 아내 조씨의 동업자 박씨와 아들 최씨가 함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가구 회사가 위치했었다.

명쾌한 답변 없는 박 후보의 '엘시티 논란'

박 후보 아내 조씨와 딸 최씨가 각각 소유한 엘시티 특혜분양 관련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도 이들이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내 조씨에게 분양권을 매도한 사람이 아들 최씨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당은 박 후보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박 후보 캠프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아들 최씨와 딸 최씨는 2015년 10월 28일 같은 날 같은 라인 위아래 층의 분양권을 각각 매입했다. 당시 미분양 등으로 프리미엄은 각각 700만원과 500만원선에 그쳤다고 한다. 이후 딸 부부는 잔금을 치르고 입주했지만, 아들은 잔금을 치를 상황이 못 되자 조씨가 1억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구매해 줬다는 게 캠프의 설명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같은 라인의 위·아래층 분양권을 남매가 같은 날 저렴한 프리미엄만 주고 매입한 것이 수상하다며 의혹을 제기한다. 여당은 특히 과거 엘시티 아파트의 일부 물량이 정관계 로비용으로 쓰였다는 의혹 제기가 있었던만큼, 두 자녀에게 분양권을 최초로 판매한 사람의 신원을 포함해 거래 경위를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불법이나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아내 조씨에게 분양권을 매도한 이가 아들 최씨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점에 대해서는 “굳이 가족 상황을 드러내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해 말을 안했다”고 해명했다. 캠프 관계자는 두 자녀에게 분양권을 매도한 이들과 관련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름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여당, 국회 레스토랑 입점 경위도 겨냥

박 후보가 국회 사무총장 재임 시절에 신설 레스토랑이 국회에 입점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여당은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레스토랑의 대표는 동업자 박씨의 딸로 알려져 있다. 조씨 자녀들도 화랑 인근 박씨의 건물에서 사업을 했는데, 이 때문에 양가 어른들이 서로의 자녀들에게 편의를 베푼 게 아니냐는 게 여당 주장의 핵심이다. 이 부분에도 박 후보 측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딸 최씨의 홍익대 미대 입시 청탁 의혹은 현재 소송으로 비화된 상태다. 김승연 전 홍익대 교수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박 후보 아내 조씨가 딸의 입시 관련 청탁을 했다”고 폭로하며 “박 후보가 검찰 수사에서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 부산 선대위는 김 전 교수 등을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선대위는 “박 후보자는 외압을 행사하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아들 최씨가 운영하는 미술품 회사가 엘시티에 20억원대 조형물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후보자 측은 “납품 과정에 경쟁이 있었지만 특혜는 없었다”면서 “오히려 작품 대금도 제대로 못 받아서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