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고에도 대만과 밀착하는 미국… “대만, 진정한 친구”

입력 2021-03-30 16:38 수정 2021-03-30 16:53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만을 향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대만과 밀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對)중국 전략을 바이든 행정부가 사실상 승계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대만 간 관계 개선을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는 중국 정부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과 윌리엄 브렌트 크리스텐슨 미국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 사무처장, 존 헤네시닐랜드 팔라우 주재 미국대사는 30일 타이베이의 한 호텔에서 공동 담화를 발표했다고 중앙통신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이 30일 보도했다. 세 사람은 담화에서 대만과 미국, 팔라우 3자 협력을 더욱 심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헤네시닐랜드 대사는 수랭걸 휩스 주니어 팔라우 대통령과 함께 대만을 방문 중이다. 1979년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이후 미국 대사가 대만을 찾은 건 42년 만이다. 미국 대사가 주재국 정상을 수행해 제3국을 방문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휩스 대통령은 다음 달 시행되는 대만·팔라우 간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비격리 여행 권역)’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8일부터 5일 일정으로 대만을 찾았다.

헤네시닐랜드 대사는 이날 “팔라우 주재 미국 대사로서 팔라우 등 태평양 지역의 파트너들과 상호 협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대만과 팔라우 간 여행 재개로 양자 간 동반자 관계가 강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헤네시닐랜드 대사는 미국·대만 관계를 상징하는 문구인 “진정한 친구, 진정한 발전”을 언급하며 “이 말은 미국과 대만, 팔라우 간 협력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고도 말했다.

중국은 헤네시닐랜드 대사의 대만 방문은 ‘레드 라인’을 넘은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자오리젠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대만 문제는 중국과 미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민감한 문제다. ‘하나의 중국’은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반”이라며 “중국은 미국과 대만 간에 어떠한 형식의 공식 접촉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경고에도 대만과 외교 관계를 더욱 넓힐 태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외교관의 대만 관리 접촉 제한 관련 가이드라인을 완화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미국 외교관이 대만 관리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새 가이드라인은 반대로 양측 간 접촉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에 정통한 인사는 FT에 “미국과 대만 외교관 사이를 가로 막았던 대부분의 제한 사항들이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