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경영권 분쟁’ 들어선 한진家…후속 작업 및 분쟁 불씨는?

입력 2021-03-30 16:34

2년여 간 이어진 한진家 남매의 경영권 분쟁이 지난 26일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새 국면을 맞는 분위기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선 3자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은 사실상 결별 수순이고 조 회장 일가는 상속세 마련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3자연합은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지난주 주주총회 이후 한진칼 지분 공동보유 관련 계약을 유지할지를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조 회장에게서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힘을 모은 이들의 계약은 이달 말 종료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안팎에선 3자연합이 해체하고 각자의 길을 갈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으로 예기치 않게 산업은행이 조 회장 측의 우호 세력이 되면서 지분 다툼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3자연합의 한진칼 지분은 40.39%로 조 회장 측 지분(36.66%)과 산은 지분(10.66%)을 합한 수치보다 적다. 이들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통과된 지난주 주총에서도 주주 제안을 하지 않고 모든 안건에 기권표를 던졌다.

한진가 일가는 상속세 마련에 주력하는 등 후속 작업에 나섰다. 조 회장은 지난 26일 그룹 계열사 정석기업 지분 3.83% 중 0.76%를 팔아 약 30억원을 손에 쥐었다.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동생 조현민 ㈜한진 부사장도 같은 날 정석기업 지분 각각 6.87%, 4.59%를 매각해 270억원, 180억원을 마련했다. 이들과 조 전 부사장 등 한진그룹 일가 4명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약 2700억원이다. 이 중 세 자녀는 각 600억원을 내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부사장도 이달 초 한진칼 주식 5만5000주(0.08%)를 KCGI에 넘겨 약 33억원을 마련했다. 장외 거래 사실이 공시된 당시 3자연합에서 조 전 부사장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거래 규모 등을 고려하면 상속세 납부를 위해 현금을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다만 경영권 다툼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산은이 조 회장 우군으로 평가되는 현재는 잠깐 각자의 길을 가지만, 한진칼 지분을 유지하면서 후일을 도모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지분을 판 대상이 외부인이 아닌 KCGI라는 사실이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매각한 지분이 조 전 부사장이 보유한 주식 중 1.43%에 불과하지만 3자연합이 깨지지 않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