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민주화운동 이력을 가진 이들을 유공자로 지정해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취업 혜택 등을 주는 내용을 담아 ‘운동권 셀프 특혜’ 논란을 빚은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예우법)’을 결국 철회했다.
설훈 의원실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해당 법안에 대한 철회 요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설 의원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법안에 대한 논란 등을 감안해 이날 오후 법률안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설 의원은 지난 26일 범여권 의원 72명과 민주유공자예우법을 공동 발의했다. 기동민·김남국·김두관·김민기·김민석·도종환·박홍근·안민석·양이원영·유기홍·이수진·이탄희·조정식·황운하 등 민주당 의원 68명이 이름을 올렸다.
법안은 민주화 운동 유공자 자녀 등에게 중·고교·대학 수업료, 직업 훈련·의료 비용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아울러 20년 분할 상환이 가능한 주택 구입·임차 대부도 지원하도록 명시했다.
설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민주화 운동 중 4·19 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만 관련자를 국가·민주유공자로 예우하고 있어 그 외 민주화 운동 관련자 예우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러한 혜택 수혜 대상에 ‘민주화 운동 희생자’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민주화 운동 관련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부상자뿐 아니라 ‘민주화 운동을 이유로 유죄 판결·해직 또는 퇴학 처분을 받은 사람’까지 포함하게 했다.
설 의원의 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상에선 비난이 쏟아졌다. 자신들이 받을 특혜를 자신들이 정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든 국민이 함께 민주화를 이뤘는데, 일부가 특혜를 독점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영환 전 의원 등 민주화 운동을 벌인 인사들조차 이 법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나와 내 가족은 민주화운동 특별법안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 부끄럽고 부끄럽다, 이러려고 민주화운동 했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을 이 이상 더 받는단 말인가, 아주 그동안 한 줌 가오마저 거덜을 낸다”며 “제발 이 일에서 나와 내 가족의 이름을 빼달라. 민주화가 후퇴를 넘어 깡그리 무너진 지금,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자들이 벌이는 이 위선과 후안무치를 어찌 해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1977년부터 긴급조치로 20개월 투옥되고, 나와 아내는 광주 이후 투옥 수배 제적을 당했다”며 “고개를 들고 어찌 이 나라에서 살아가겠나”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연세대 재학 중이던 1977년 유신헌법철폐를 촉구하는 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됐다. 그는 교도소 내에서 긴급조치해제를 요구해 추가로 기소됐고 20개월 간의 복역을 마친 뒤 1979년 석방됐다. 김 전 의원은 출소 이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수배를 당했고 배우자도 구속돼 부부가 모두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