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법에 막혔던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국내 첫전시

입력 2021-03-30 16:02
파블로 피카소, 한국에서의 학살, 1951, 합판에 유화ⓒ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비채아트뮤지엄 제공

입체주의 창시자이자 20세기 현대미술 최고의 거장으로 꼽히는 파블로 피카소가 한국전쟁을 소재로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

전시기획사 비채아트뮤지엄은 오는 5월1일부터 8월2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파블로 피카소의 전 생애 작품을 아우르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대표적인 유화작품 뿐만 아니라 조각, 세라믹, 판화 등의 피카소의 다양한 예술 세계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전시기획사 측은 전했다.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포스터. 비채아트뮤지엄 제공

특히 피카소의 수많은 작품 중 유일하게 한국을 배경으로 한 <한국에서의 학살>이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 최초로 전시된다.

피카소가 1951년에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은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신천군에서 벌어졌던 군의 학살을 다룬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 속 군인이 미군이냐 북한군이냐 한국군이냐를 놓고 이견이 많았으나, 특정할 수 없고 전쟁 중 벌어지는 군인의 민간인 학살이라는 비극을 다룬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세의 십자군 기사처럼 철제 갑옷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나체의 여성들과 어린이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이 그림은 오랫동안 반공법에 묶여 한국에 전시되지 못했다.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도 출품이 추진됐으나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비채아트뮤지엄은 “전시 작품들은 국립피카소미술관에 몇 번 가더라도 다 보기가 쉽지 않은 걸작 중의 걸작을 엄선했다”며 “국립피카소미술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국내에 최초로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