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주의 창시자이자 20세기 현대미술 최고의 거장으로 꼽히는 파블로 피카소가 한국전쟁을 소재로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
전시기획사 비채아트뮤지엄은 오는 5월1일부터 8월2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파블로 피카소의 전 생애 작품을 아우르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대표적인 유화작품 뿐만 아니라 조각, 세라믹, 판화 등의 피카소의 다양한 예술 세계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전시기획사 측은 전했다.
특히 피카소의 수많은 작품 중 유일하게 한국을 배경으로 한 <한국에서의 학살>이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 최초로 전시된다.
피카소가 1951년에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은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신천군에서 벌어졌던 군의 학살을 다룬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 속 군인이 미군이냐 북한군이냐 한국군이냐를 놓고 이견이 많았으나, 특정할 수 없고 전쟁 중 벌어지는 군인의 민간인 학살이라는 비극을 다룬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세의 십자군 기사처럼 철제 갑옷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나체의 여성들과 어린이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이 그림은 오랫동안 반공법에 묶여 한국에 전시되지 못했다.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도 출품이 추진됐으나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비채아트뮤지엄은 “전시 작품들은 국립피카소미술관에 몇 번 가더라도 다 보기가 쉽지 않은 걸작 중의 걸작을 엄선했다”며 “국립피카소미술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국내에 최초로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김승연 인턴기자